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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X-10] 천 년의 석탑과 십 일의 여름 들꽃나의 이야기/꽃세상 2009. 7. 9. 22:55
국립 중앙박물관 석조 유물 전시 구역에는
고려시대 석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바람에 깎이고 깎여도
의연한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서있는 그 석탑들 사이로
제철을 맞은 여름 들꽃들이 조용히 피었다.
땅 가까이에 핀 꽃들은 석탑을 닮았다.
아름답지만 소박하다.
석탑은 그곳에 서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꽃들이
피고 지는 것을 보아 왔을까.
천년의 석탑을 바라보며 핀 꽃들은 알고 있을까.
자신들의 아름다움은 채 열흘이 가지 않는다는 것을.
한 가지에 난 꽃들이 모두 말라버린 후에도 혼자 남아
마지막까지 꽃의 기품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초롱꽃
한 떨기의 모습이 처연하다.
국립 중앙박물관
2009.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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