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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딘 지단 - 영웅의 미소남의 이야기/휴식 2008. 11. 4. 02:48
이미지 출처 - 뉴시스
98년 프랑스 월드컵. 그는 결승전에서 2골을 넣어 브라질을 꺾고 프랑스를 우승시킨 주역이었다. 그 후 그의 기량과 함께 프랑스의 FIFA 랭킹도 한동안 줄곧 1위를 달렸다. 프랑스가 우승하자 프랑스 정부에서는 축구대표팀에게 '레지용 도뇌르'라는 훈장을 주기로 했다. 훈장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지단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들이 실제로 레지용 도뇌르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 이 훈장은 전쟁터의 행위에 보상하기 위하여 생겨난 것인데, 프랑스에 공헌한 사람들을 구별해서 대우한다는 것이다.. 나는 조금 거북스러움을 느낀다. 몹시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지단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이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 그가 나라에서 주는 훈장에 대해 저렇게 뚜렷한 소신을 말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진정한 축구 영웅임을 알 수 있다.
큰 대회가 있을때마다 대표팀 내에서 병역면제 얘기가 먼저 흘러나오곤 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나라에서 수여하는 훈장에 대해 '훈장이란 전쟁터의 행위에 보상하기 위해 생겨난 것', '거북스러움을 느낀다..'는 식으로 자신의 소신을 뚜렷히 밝히는 지단의 모습이 얼마나 멋진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이런 지단을 가르켜 로마의 백인대장에 비유하며 그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그와 결혼하는 여자는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선전을 예상한 이들은 드물었다. 축구 좀 본다는 이들은 하나같이 프랑스 대표팀의 높은 평균연령을 지적하며 그들을 늙은 수탉이라고 폄하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지역예선에도 고전을 면치못하다 국가대표를 은퇴한 지단이 다시 대표팀에 합류하는 우여곡절 끝에 예선을 통과했다. 이후 독일 월드컵 조별예선에서도 상대적으로 약체라고 할 수 있는 스위스, 한국과 비기며 팬들의 비아냥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16강에서 만난 강력한 우승후보 스페인을 3대1로 격파하고,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까지 꺾으며 결승에 올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프랑스의 그런 예상밖의 선전의 한 가운데에는 항상 지단이 있었다. 비록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불미스러운 퇴장을 당하며 동료들이 승부차기에서 안타깝게 승리를 놓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지만 그는 대회 MVP인 골든볼의 영광을 차지하며 은퇴하는 순간까지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영웅이 지나간 자리엔 또 다른 영웅이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세계 축구계에서 지단과 같이 우아한 영웅을 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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