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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로게이트 - 개성없는 SF 영화
    영화 이야기/감상 2009. 10. 6. 17:20



    <써로게이트>는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이 집안에 머물면서 자신의 대리 로봇인 '써로게이트'를 뇌파로 조종해 살아가는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써로게이트>의 세계에서 진짜 사람은 집 안에 틀어박혀 스팀 체어라 불리는 장치에 누워서 자신의 대리 로봇을 조종하고, 바깥 세계는 조종을 받는 대리 로봇들에 의해서 돌아갑니다. 차 운전도 써로게이트가 하고,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전투도 써로게이트가 대신 합니다. 군인은 스팀 체어에 누워서 써로게이트를 조종하다가 써로게이트가 파괴되면 다른 써로게이트를 이용해 다시 전투에 참가합니다. 얼핏 들으면 꽤 흥미로운 설정이지만 영화는 그 설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SF의 느낌도 거의 없습니다.

    우선 전 인류의 98%가 써로게이트를 통해 외부활동을 한다는 설정이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에서 써로게이트는 한 회사에 의해 독점 제작되는 제품입니다. 가격에 따라서 옵션도 다르죠. 극중 FBI 요원인 브루스 윌리스가 사용하는 써로게이트는 5미터 정도를 가뿐히 점프하는 등 터미네이터보다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주지만 기본형 써로게이트는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느리고 둔합니다. 그런 써로게이트를 전 인류의 98%가 사용한다고 하니 뭔가 아귀가 안맞는 느낌이죠. 생각해보세요. 작고 가벼운 핸드폰조차 전인류로 따지자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용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얼핏 보아도 값 나가게 생긴 로봇을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사용하다니!




    영화 속 배경이 특별히 SF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써로게이트를 만드는 회사의 분위기만 SF적인 분위기가 날 뿐 사람들이 다니는 길거리는 요즘의 풍경과 차이가 없습니다. 간간히 길가에 있는 써로게이트 충전 장치들만이 이 영화의 배경이 로봇이 등장하는 SF라는 것을 알려줄 뿐입니다. 물론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가까운 미래로 설정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써로게이트라는 혁신적인 설정의 로봇이 등장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SF 장르에서 그리는 미래 세계는 유토피아적인 모습과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형태로 보여집니다. 이 영화에서도 써로게이트의 사용을 거부하고 인간 본연의 생활을 추구하는 집단이 등장하지만 전혀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영화 속의 사건 전개나 결말 또한 SF 장르라고 할만한 개성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냥 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하는 한 편의 수사물에 써로게이트라는 소재를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요즘 영화로서는 드물게 90분이 채 안되는 짧은 상영시간동안 액션 장면도 거의 없습니다. 8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다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기준으로 보자면 그렇게 많은 제작비가 아니어서인지 화면에 보여지는 장면들이 영 시원찮습니다. 아주 잠깐 등장하는 군인들의 전투 장면도 전형적인 B급 액션물의 분위기. 




    뭐 그래도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하는 그의 전매특허라고 할 만한 캐릭터의 모습은 실컷 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잃고, 아내와 갈등을 겪는 외롭고 터프한 수사관. 지겹도록 봐온 브루스 윌리스 특유의 캐릭터이지만 그의 팬이라면 한번쯤 더 봐도 좋을만 하죠. 다만 천하의 브루스 윌리스도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겠더군요. 가끔씩 아주 나이든 모습이 보이는데 이게 전체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고 어떤 장면에서만 유난히 나이들게 보이고 그럽니다. 예전에 <식스틴 블럭>에서도 그런 적이 있었죠. 세월과 피곤에 제대로 쩔은 모습이 브루스 윌리스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좀 안타깝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납니다. <다이하드3>에서 술이 덜 깬 모습으로 아스피린을 찾을 때만해도 피곤해보이기만 하지 전혀 나이들었다는 생각은 안들었는데 말이죠. 하긴 그게 벌써 14년 전 영화네요.










    수다


    1. 로잘먼드 파이크가 브루스 윌리스와 갈등을 겪는 아내로 출연하는데 꽤 매력적이었습니다. 빈틈 없어 보이는 로봇으로 등장 할 때나 생기없이 주름진 실제 사람으로 등장 할 때 모두 연기도 자연스럽고 좋더군요. 그런데 어떤 장면에서는 얼핏 보면 인상이 탤런트 이수경과 조금 비슷한 느낌이 났습니다. 





    2. 실제로 영화 속 세계에서처럼 사람들이 써로게이트를 사용해 바깥 생활을 한다면 집에서 제대로 씻지도 않고 그렇게 지낼까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실제 사람들은 남녀 구분없이 하나같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써로게이트와는 전혀 다른 꼬질꼬질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스팀 체어에 누워 지내더군요. 그래서 브루스 윌리스의 실제 모습을 본 동료가 "써로게이트와 똑같은 모습이네?"라고 약간 놀라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3. 98%의 인류가 사용하던 써로게이트가 동시에 멈춰버렸는데 다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수 있을까요? 간단히 생각해봐도 써로게이트가 사람 대신 차를 운전하고, 비행기도 조종하고, 열차 같은 것도 몰았을 텐데 별 일이 없을 수 없겠죠. 그런데 영화에서는 교통사고만 좀 나고 별 일 없더군요. 애초에 설정 자체가 좀 무리였던 것이죠.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자체도 스케일이 전혀 크지 않은 만큼 배경을 축약해서 만들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작이야 그래픽 노블인만큼 어떻게 하든 상관이 없지만요.

    4. "올 추석 단 하나의 초대형 SF 블록버스터, 인류의 재탄생을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지금보니 포스터의 카피가 엄청 화려하군요.


    동영상 멈출때는 마우스 우클릭=>되감기 누르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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