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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수, 자기 여자에게는 따뜻한 남자
    남의 이야기/휴식 2009. 2. 9. 10:30




    MBC 스페셜에서 '최민수, 죄민수, 그리고... 소문'이라는 제목으로 최민수 노인 폭행 사건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무책임한 소문 퍼뜨리기에 관해 조명하는 내용이 방영됐습니다. 프로그램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근거 없는 소문이 그토록 빠르게 확산되는 기저에 깔린 속성을 분석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그러한 소문의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조명해보는 내용이었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우리 사회엔 좋은 소문보다 나쁜 소문이 훨씬 빠르게 전파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방송 녹화 장소에 방청객으로 참여한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한 그룹에는 어떤 연예인이 아이를 입양했다라는 좋은 소문을 퍼뜨리도록 하고, 동시에 다른 그룹에게는 어떤 연예인이 자살했다라는 소문을 퍼뜨리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좋은 소문은 어느 정도 확산되다가 멈춘 반면에 나쁜 소문은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퍼진 것은 물론이고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방송 녹화중인 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다른 지인에게 전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쁜 소문이 더 쉽게, 더 빠르게 전파 된다는 것이 작은 실험을 통해 증명된 셈입니다.


    해당 실험을 실행한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이에 대해 진화론적으로 봐서 원시 시대에 천재지변이나 생존에 관한 소문일 경우 더 빨리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습성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현대의 직장에서도 만약 새로운 상사가 부임해 온다고 가정했을때 그 상사가 온화하고 무난한 성품의 사람이라면 그런 이야기는 그냥 듣고 흘려버리지만 깐깐한 성품의 사람이라면 부하 직원으로서 일종의 자구책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서로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전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최민수 사건의 경우에도 이러한 증명이 고스란히 적용됐습니다. 최민수가 노인을 차에 매단 채 질주하고, 차에 있던 흉기로 살해 위협을 했다는 소문이 언론을 통해 그대로 확산대던 작년 4월 당시에도 분명 반대되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최민수는 노인을 차에 매달고 질주한 적도 없고, 흉기로 협박하지도 않았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그런 증언은 모두 사실과도 어긋나는 나쁜 소문에 묻혀버렸던 것입니다. 이렇게 대중과 매스컴은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나쁜 소문만을 기억하고, 전달하는 사이에 터프한 연예인이기에 앞서 두 아이의 아빠이고 한 여인의 남편인 최민수는 산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최민수는 사건이 있었던 지난 해 4월에서 약 두 달 후인 6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무혐의 처분은 말 그대로 혐의가 없어서 기소하지 않겠다는 처분. 즉, 재판에 부치지 않는다는 처분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최민수 사건의 거짓된 소문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고 최민수는 그 이후 반 년이 넘게 산 속 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항간에는 그동안 최민수가 보여온 남성성이 극대화된 과장스러운 언행들이 지난 사건에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급격하게 퍼지게 된 이유라고 얘기합니다. 그에 대해 최민수는 자신을 둘러싼 항간의 편견에 관해 짧지만 무게 있는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최민수는 아시다시피 유명배우이자 국회의원까지 지낸 고 최무룡의 아들입니다.



    그런데 그는 유명 배우의 아들이면서도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최민수는 방송에서 처음하는 얘기라면서 자신이 부모님을 처음 본 것이 고등학생이 되어서였고, 한번도 부모님 용돈을 받은 적이 없이 혼자서 막노동 등을 하며 지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독특하리만치 터프한 그의 성품의 유래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런데 방송 중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하더군요. 최민수가 오랜만에 자신의 산장을 찾아온 가족과 만나는 장면이었는데요, 그는 영락없이  '자기 여자에게는 따뜻한 남자'였습니다.

    이미 최민수가 대단한 애처가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자신의 아내와 바퀴벌레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화목한 가족애를 느껴본 적이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터프한 이면에 다정함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기르고 있는 강아지가 장염으로 거의 죽을 뻔 했을 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최민수라는 사람은 연예인으로서 대중에게 알려진 것 이외의 모습도 갖고 있는 한 명의 자연인입니다. 그런데 그가 갖고 있는 많은 성향 중 한 쪽 면에만 집착하는 대중과 매스컴에 의해 천하의 패륜아로 낙인 찍혀 사건이 무혐의 처리된 지 반년이 훌쩍 넘도록 은둔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등장한 최민수의 모습은 이제는 산 속 생활을 완전히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한번씩 외롭고 괴로울 때가 있음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굳이 내려가고 싶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산에서 내려갈 수 있다고 했지만 아직 그의 마음을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는 듯 기약이 없이 올라왔으니까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는 여전히 또다른 '최민수'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산 아래 세상에 염증을 느낀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에겐 스스로 짐을 질 책임이 없습니다. 책임은 그를 산으로 몰아 낸 언론과 대중의 몫입니다. 비록 타협을 모르는 최민수이지만 이제는 자신의 어깨 위에 놓인 짐을 털어내고 다시 한 번 멋진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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