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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네 치킨집에서 맥주 마시고 나오는데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더군요.
쓰레기 분리수거함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제가 나비야~ 하고 부르니까
글쎄 얘가 막 야오옹~ 하면서 오는 게 아니겠어요. 헐. 얘 뭐지. 그냥 부르기만 했는데 얘 왜 이래.
참 개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아니 개도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애들은
사람을 경계하지 이렇게 막 따르진 않잖아?
그렇게 오더니 제 다리 사이를 무한대 기호 모양으로 돌며 부비부비.
쓰다듬해주니까 제 손에다가도 부비부비 안아 올려도 가만히 있더라고요.
재밌는 건 일행이 두 명 더 있었는데 그쪽으론 안 가고 제게만 유난히 부비부비 하더라고요.
두 사람은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데 어떻게 용케 그걸 알기라도 하는지.
쟤가 보기엔 제가 가장 만만해서 삥뜯을만 하게 생겼나 봐요.ㅋ
술 기운에 그대로 안고 데려오고 싶었지만 집에 노견들이 있어서 차마 그러진 못했습니다.
바로 옆에 슈퍼가 있길래 들어가서 소세지를 사다 줬는데 주는데로
낼름낼름 얌전히 받아 먹더군요. 소세지 사러 들어가는데도 막 가게까지 따라오려고 하는데
진짜 웃겼어요. 진짜 개보다 더 개같은 고양이라니...
소세지 두 개를 다 주고 택시를 타고 가려고 하는데 이제 더 이상 제게 얻어 먹을 게 없다는 걸 아는지
아니면 제가 곧 갈 거라는 걸 아는지 바로 전과 달리 따라오지 않고 그냥 가만히 지켜보더군요.
곧 겨울인데 잘 살아라 안녕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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