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흔적
    나의 이야기/대화 2011. 2. 8. 01:23








    사람들이 떠난 한겨울의 철거 예정 아파트엔 고양이들만이 살아있다는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해가 넘어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들의 흔적조차,
    육중한 건설 장비와 그것들이 파헤친 붉은 토사에 모두 지워져 버렸다.







    ---

    지난 겨울은 추웠고 지지난 겨울은 눈이 많이 왔었죠.
    눈이 많이 내렸던 지지난 겨울 어느 날 철거 예정인 아파트를 지나가는데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을 큰 아파트 단지가 눈이 내리니까 더욱 황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 발자국이 하나도 없으니 좀 오싹한 느낌도 들었는데
    그 순간 고양이 발자국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여기저기.
    어떤 발자국은 눈밭에서 쥐사냥이라도 한 건지 한 줄로 이어지다 중간이 한바탕 어지럽혀 있더군요.
    어디선가는 아기 고양이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어떤 고양이와는 마주치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두 떠난 곳인데도 고양이들은 잘 살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봄이 채 되기 전에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됐는데 
    낡은 아파트를 조금씩 까부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가 있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고 시뻘겋고 깊은 흙구덩이만이 보였습니다. 

    제가 봤던 고양이들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옆 주택가로 이사 잘 갔겠지. 잘 살다가 아파트 입주할 때 다시 오렴.
    전보다 더 부자인 사람들이 살테니 먹을 것도 많을 거야. 

    부디 그러기를 바라면서도 실없는 생각이다싶어 쓴 웃음을 지었던 적이 있는데,
    예전 사진을 들여다보니 다시 떠오르네요.

     






    '나의 이야기 >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학로 학림다방  (3) 2011.02.24
    기러기. 날다  (9) 2011.01.21
    크리스마스 이브의 바다  (0) 2010.12.25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