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 타임스퀘어 맛집 - 한일관 육개장, 비빔밥, 냉면나의 이야기/식사일기 2010. 5. 24. 10:00
영등포 타임스퀘어 맛집- 한일관 육개장, 비빔밥, 냉면
한일관은 1939년 종로에 처음 문을 연 이래 7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곳입니다.
현재 종로 본점은 재개발로 사라졌고, 압구정점과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이 영업중.
종로 본점은 재개발이 끝나면 신축 건물에서 다시 영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깔끔한 실내. 오른쪽에 보이는 부스는 전 부치는 곳입니다.
70년 넘는 전통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본점 건물이 재개발로 사라진 마당에 복합 쇼핑몰에 입점한 곳에서 전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죠.
한일관 뿐만이 아니라 종로 피맛골이 통째로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이제 서울에서
오랜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향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엔 정말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죠.
영등포 타임스퀘어도 그러한 재개발의 산물.
육개장. 9,500원
푸짐하고 맛있었습니다.
차조밥
멸치, 김치, 오이 반찬
잘 익은 깍두기.
정말 푸짐했습니다. 큼직한 대파와 고기, 당면, 고사리 등.
건더기가 먹어도먹어도 계속 나옴.
그리고 뜨거웠습니다.
거의 다 먹을 때까지 식지 않아서 보니까 그릇 받침이 달군 쇠로 돼 있더군요.
언젠가 한식의 세계화 관련해서 외국 사람들이 한식에 대해 평가하는 내용의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한식 메뉴는 뜨거울 때 제 맛이 나는 것들이 많은데 테이블로 갖고 오면
그때부터 식기 시작해 끝까지 동일한 맛을 즐기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라는 얘기가 있었죠.
저는 뜨거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얘기에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 어려서부터 저는 뜨거운 밥, 뜨거운 국을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엄니로부터
"구름이는 뜨거운 걸 잘 먹으니까 나중에 성품이 좋을거야"란 얘기를 밥 먹을 때마다 귀에 닳도록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자라고보니 엄니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콩심이가 제게 "자기는 얼굴도 잘 생겼지만 성격이 참 좋아"라는 말을 매번 하거든요.
반면에 저희 형은 저와 달리 성격이 예민하고 까다로운 편인데,
밥 먹을 때 금방 지은 뜨거운 밥을 주면 찬 밥을 찾고, 국도 잘 안먹습니다.
울엄니의 성품 구별법. 표본이 극히 적지만 신기할 정도로 꼭 들어 맞는 셈.ㅋ -
뜨거운 밥과 보통 음식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뚝배기를 사용하지만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뚝배기의 투박한 모양새가 단점입니다.
반면에 이처럼 유기와 달궈진 쇠 받침을 사용하면 음식의 온도 유지는 물론이고 모양새도
한 단계 높아집니다. 그러나 유기의 가격도 비싸거니와 쇠 받침을 다루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기에 웬만한 식당에선 엄두를 내지 못할 방법이죠.
한일관은 식사 한 끼에 만원, 좀 괜찮은 메뉴는 1인에 3만원 이상하는 곳이니까 가능.
물론 가격만 비싸게 받고 이런 세심한 부분은 신경 안 쓰는 곳도 많습니다.
비빔밥. 9,000원.
메뉴엔 골동반이라고 있더군요. 있어보이기 위한 표기.
비빔밥도 뜨거운 그릇 받침 위에 나와 밥을 다 먹고 나면 바닥에 살짝
누룽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반찬.
녹두빈대떡.
식사 메뉴에 1.500원을 추가하면 녹두빈대떡이 함께 나옵니다.
물냉면. 8,500원.
메뉴엔 서울냉면이라고 써 있더군요.
갈은 고기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는 것이 특징. 육수 맛은 무척 심심하더군요.
제 입맛이 자극적인 동네 칡냉면 육수에 길들여져 있음을 감안하고 생각해봐도 심심한 편이었습니다.
메밀향이 느껴지는 면은 가위로 자를 필요 없이 입안에서 쉽게 끊겼습니다.
겨자와 식초도 예쁜 그릇에.
육개장은 약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무척 만족스러웠지만
냉면과 비빔밥은 평범. 가격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압구정점은 타임스퀘어점보다 훨씬 비싸더군요. 메뉴 구성도 다양.
주 이용 계층이 다르다보니 그런 거겠죠?
오랜 전통에 어울리지 않게 영업 방식은 꽤 유연.
내용 추가
서울식 냉면의 특징이 원래 고기 육수 맛이 약하고 심심한 듯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저는 좀 자극적인 육수 맛을 선호하기에 저 냉면의 맛이 별로였던 것.
그런데 이게 지나고 보니까 자꾸 생각나요.
특히 메밀향 제대로인 면이 자꾸 땡깁니다.
가위로 자를 필요없이 툭툭 끊어지는 면발. 비싼 냉면집과 보통 냉면집은
면발의 차이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저렇게 메밀향이 제대로이면서
부드럽게 끊기는 면발은 동네 냉면집에선 거의 찾아볼 수가 없거든요.
아.. 냉면... ㅠㅠ
자세한 메뉴와 가격은 http://www.hanilkwan.co.kr/
'나의 이야기 > 식사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짜장면 (4) 2010.06.01 요구르트 맛있게 먹는 법 (4) 2010.05.19 [김제맛집] 김제 대흥각 고추짬뽕 - 돼지고기가 그득한 짬뽕 (4) 2010.05.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