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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 팝의 황제는 상냥했다
    영화 이야기/감상 2009. 11. 3. 08:02



    지난 6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10년 만의 투어 콘서트 복귀를 불과 며칠 앞두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디스 이즈 잇>은 마이클 잭슨이 7월 런던을 시작으로 벌일 예정이었던 투어 콘서트의 리허설 장면을 모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리허설 장면을 모은 영상들이 어떤 식으로 보여질지 감이 안오더군요. 공연 모습도 아니고 단지 리허설이었을 뿐이니까요. 결과는 꽤 만족스럽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팬이라면 당연히 좋아할만 하고,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만한 작품입니다. 

    <디스 이즈 잇>의 첫 장면은 오디션에 합격한 댄서들의 짧은 소감으로 시작됩니다. 감격에 겨운 그들은 하나같이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우상이었다고 얘기합니다. 이어서 마이클 잭슨이 오디션에 참가한 댄서들을 선발하는 장면이 등장하죠. 수백 명은 족히 될법한 댄서들이 무대 위에서 번호표를 붙이고 춤을 추는 장면은 무척 역동적이고 관능적이었습니다. 남녀 댄서들이 모두 훈남훈녀로 무척 섹시했습니다. 이 과정만을 편집해도 웬만한 다큐멘터리 한 편은 나오겠더군요.




    이후 본격적으로 리허설 장면이 등장합니다. 마이클 잭슨은 리허설을 하는 동안 항상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상냥하더군요. 마이클 잭슨은 리허설 전반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공연 총감독인 케니 오르테가나 다른 스태프들과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그때마다 팝의 황제라는 별명이 무색하리만큼 겸손하고 상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의 사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좋은 모습들만을 의도적으로 취합한 면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태프들과 약간의 의견대립이 있을 때마다 기분 나빠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는 점을 꼭 밝히고 얘기하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가식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습관처럼 말 끝에 "with love. L.O.V.E"라고 붙이는 모습은 상냥한 것을 넘어서 귀엽기까지 합니다. 58년생 개띠 팝의 황제의 귀여운 모습이라니!

    리허설에서의 마이클 잭슨의 모습은 너무도 활기차고 밝아서 생경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비록 스스로 리허설이기 때문에 목을 보호해야 한다며 몸을 사리는 모습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밝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공연을 몇 개월 앞둔 상태였으니 그의 모습이 그렇게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을 텐데, 그런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진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제가 그동안 그를 둘러싼 매스컴의 억측성 보도에 너무 길들여져 있었나봅니다.




    리허설로 살펴본 마이클 잭슨의 투어 구성은 지금까지 보아 온 그의 공연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팬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대규모 투어 콘서트였던 <히스토리 투어> 이후 10년 가까이 갖가지 구설에 오르내리며 그의 음악적 활동은 거의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그가 <Billie Jean>, <Smooth Criminal>, <Thriller>, <Beat It> 정도의 레파토리만 보여줘도 그것이 팝의 황제로서의 위용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는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겁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이뤄온 음악적 성취를 최대한 원래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과 함께 21세기에 어울리는 옷으로 갈아 입는 모습까지 준비했더군요. 그런 모습은 마이클 잭슨이 세션 멤버들과 연주에 관해서 논할 때와 <Smooth Criminal>을 험프리 보가트의 40년대 느와르 영화와  접목시키는 대목, 80년대의 <Thriller>를 21세기형 3D 영상으로 다시 준비하는 과정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디스 이즈 잇>에서 또 한가지 눈여겨 볼 점은 이번 투어의 코러스였던 주디스 힐(Judith Hill)과 기타리스트인 오리안시 파나가리스(Orianthi Panagaris)가 꽤 비중있게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 이후 그녀들에게 쏠린 대중적 관심을 반영한 편집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론 기타리스트인 오리안시 파나가리스에게 더 눈길이 갔는데요, 이번 투어에서 그녀의 역할은 예전의 마이클 잭슨 투어 콘서트에서 포스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제니퍼 바튼(Jennifer Batten)을 대신하는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히스토리 투어>때까지 마이클 잭슨과 함께한 제니퍼 바튼이지만 그녀도 이제는 50이 훌쩍 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무대위에서 뛰어난 연주와 여자 기타리스트로서의 강렬한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기엔 무리였겠죠. 리허설에서의 모습만 보자면 오리안시의 연주 실력은 제니퍼 바튼 못지 않았지만 조금은 수줍어 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헌팅캡을 쓴 캐주얼한 차림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좀 귀엽기도 했습니다. 예정대로 투어 콘서트가 진행됐다면 본 무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했을지 궁금해지더군요.




    <디스 이즈 잇> 투어의 멤버인 댄서나 코러스 주디스 힐 등은 마이클 잭슨의 투어에 참가하게 된 소감을 얘기할 때 하나같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얘기합니다. 그들이 모두 마이클 잭슨의 춤과 노래를 보고 들으며 자란 세대라는 얘기죠. 최고의 실력을 갖춘 댄서나 가수들이 이렇게 얘기한다는 것은 팝의 황제인 마이클 잭슨의 위상을 드러내주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조금 쓸쓸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들이 마이클 잭슨을 떠올릴 때 하는 말들이 모두 현재의 얘기가 아니고 과거의 어린 시절 얘기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비단 투어에 참가하게 된 그들 뿐만이 아니라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는 팬들의 경우도 대부분 마찬가지일겁니다.

    마이클 잭슨은 분명 팝의 황제이지만 어디까지나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황제였던 것이죠. 그런 면에서 이번 <디스 이즈 잇> 투어가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잠들어 있는 황제를 다시 깨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가 비극적인 사고로 떠나버려서 무산돼버린 것이 말할 수 없이 안타깝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번 <디스 이즈 잇>을 통해 그가 마지막까지 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디스 이즈 잇>을 보는 것은 그와 동시대인으로 살아오면서 그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죠.  








    - 엔딩 크레딧이 모두 끝나고 꽤 재밌는 쿠키 영상이 나옵니다. 영화관에서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귀에 익은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한번 더 듣는다고 생각하고 기다리시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리허설 장면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Heal The World>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옵니다. 

    -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면 좀 서두르셔야 할 것 같네요. <디스 이즈 잇>은 애초부터 2주 한정 상영 일정으로 개봉했는데 벌써 한 주가 지났습니다. CGV의 경우 수요일 이후부터의 스케줄에서 <디스 이즈 잇>이 빠져 있더군요. 이번 주말에는 반응에 따라 상영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는 얘기겠죠.

    관련글 :   
    - 마이클 잭슨 추모 플래시 몹 유투브 동영상
    - 생애 처음으로 구입한 CD,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1991) 
    - 마이클 잭슨 런던 공연 홀로그램 티켓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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