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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블릭 에너미 - 로빈 후드라 불린 은행강도 이야기
    영화 이야기/감상 2009. 8. 14. 14:59


    퍼블릭 에너미
    감독 마이클 만 (2009 / 미국)
    출연 조니 뎁, 크리스찬 베일, 마리안 꼬띠아르, 채닝 테이텀
    상세보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갱스터 영화


    <퍼블릭 에너미>는 대공황이 휩쓴 1930년대 미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은행강도 존 딜린저(조니 뎁)와 그를 쫓는 수사관 멜빈 퍼비스(크리스찬 베일)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존 딜린저는 당시 수사당국에 의해 공공의 적 1호(Public Enemy No.1)로 지명되지만 대중들은 그를 로빈 후드라고 부르며 영웅시하죠. 심지어 존 딜린저가 체포되어 호송되는 길가에는 여자들이 몰려들어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매스컴도 그의 화려한 언변에 마치 그를 스타처럼 취급합니다. 그가 의리를 중시하고 매너 좋은 남자라고 알려진데다, 그의 범행 대상이었던 은행들이 대공황 이후 대중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됐기 때문이죠.

    마이클 만 감독 역시 이 영화에서 존 딜린저의 그러한 매력적인 모습들을 부각시킵니다. 그로인해 존 딜린저를 연기한 조니 뎁의 매력도 자연스럽게 펼쳐지는데요, 괴짜 같은 모습을 주로 보여주던 조니 뎁의 터프한 변신이 그의 팬들에게는 색다른 선물이 될 듯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조니 뎁의 멋진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겠더군요. 지금까지 그의 팬이 아니었던 사람이라도 반하게 할 만큼 매력적입니다. 반면에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수사관 멜빈 퍼비스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렇게 마이클 만 감독이 존 딜린저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퍼블릭 에너미>에는 그의 전작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두 남자의 대립구조가 잘 드러나지 않더군요.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


    결과적으로 크리스찬 베일은 <터미네이터 4 - 미래 전쟁의 시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상에서 한쪽으로 물러난 모양새인데요, 이때문에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의 치열한 매력 대결을 기대했던 분들은 약간의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영화상에서 두 캐릭터가 직접 대면하는 장면이 단 한 번 등장하는데 그 장면에서도 중심축은 조니 뎁(존 딜린저) 쪽으로 기운 것처럼 그려집니다. 물론 그 장면에서 마주한 두 배우가 뿜어내는 에너지만큼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멜빈 퍼비스(크리스찬 베일)는 초반에는 멋지게 등장하지만 그의 모습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밋밋해집니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장면에서도 그는 동료 수사관에게 그 역할을 빼앗기고 말죠. 하지만 그런 멜빈 퍼비스도 후반부의 한 장면에서는 존 딜린저 만큼이나 멋진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그 장면에서만큼은 '오올~' 소리가 절로 나며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갱스터의 로맨스 

    <퍼블릭 에너미>에서 존 딜린저가 일당과 벌이는 범죄 행각 못지 않게 비중있게 그려지는 것은 그의 연인 빌리 프리셰(마리온 꼬띠아르)와의 로맨스입니다. 오늘만을 생각하며 사는 터프한 남자와 내일을 걱정하는 여린 여자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닳도록 흔하고 상투적이지만 <퍼블릭 에너미>에서는 조니 뎁, 마리온 꼬띠아르의 말이 필요없는 멋진 연기와 마이클 만 감독의 연출이 어우러져 여러 번 짠한 대목을 만들어냅니다. 

    사실 <퍼블릭 에너미>에서 볼 수 있는 로맨스는 존 딜린저와 빌리 프리셰의 실화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이미 마이클 만 감독이 그의 전작에서 여러번 보여 준 것들과 유사합니다. 마이클 만 감독은 거친 남자들의 의리와 대립, 고독 등과 같은 것들을 그려내는데 정통한 감독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애틋한 로맨스의 표현에도 일가견이 있죠. 마이클 만 감독의 팬이라면 누구나 그의 최고작이라고 꼽을 <히트>는 물론이고 <콜래트럴>, <마이애미 바이스> 등, 그는 전형적인 범죄영화의 포맷안에서도 언제나 로맨스를 빠뜨리지 않습니다. 



    마이클 만 감독의 전작과 닮은 꼴


    <퍼블릭 에너미>에 등장하는 존 딜린저와 빌리 프리셰의 로맨스는 그 중에서도 <히트>의 닐 맥컬리(로버트 드니로)와 이디(에이미 브렌느먼)의 로맨스와 닮아 있습니다. 어떤 장면에선 역시 <히트>의 크리스(발 킬머)와 셜린(애쉴리 주드)의 안타까웠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죠. 아무래도 범죄자의 로맨스이다보니 전작에서 연출한 내용들과 비슷하게 그려진 것 같습니다. 

    만약 마이클 만 감독이 멜빈 퍼비스(크리스찬 베일)를 <히트>의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처럼 비중있게 다뤘다면 <퍼블릭 에너미>의 더 많은 부분에서 <히트>와 유사점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FBI를 다루는 방식은 존 딜린저 일당을 다루는 방식과 달리 극적인 요소가 배제되어 있습니다. 멜빈 퍼비스가 베테랑 수사관들을 수사팀에 합류시키는 장면에서 살짝 비장한 분위기를 보여주다가도 이내 건조해집니다. 마이클 만은 영화에서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에드가 후버와 멜빈 퍼비스의 갈등까지도 살짝 묘사하는데 이런 점은 영화상에서 여러번 사용된 흑백 뉴스 릴 효과와 함께 <퍼블릭 에너미>가 전반적으로 다큐멘터리적 분위기를 띠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반면에 그로인해 극적인 장치들이 줄어들면서 어떤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죠. 분명 전체적으로 보자면 존 딜린저 일당과 FBI를 다루는 방식이 불균형스럽긴 하지만 그게 꼭 단점이라고 지적될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이클 만의 영화는 지금까지 늘 관객에 따라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퍼블릭 에너미> 역시 사실적인 묘사에 치중해 시나리오가 다소 무미건조하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니 뎁이 연기한 존 딜린저의 캐릭터만으로도 이 영화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충분한 오락성을 지닌 것으로 보였습니다. 게다가 존과 빌리의 로맨스까지 더해져 그동안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에 그다지 매력을 못느끼던 평범한 여자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겠더군요. 그들의 로맨스는 다소 상투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 사실로 알려진 내용인데다, 평범한 관객들에겐 그런 상투성이 더 잘 먹히는 법이죠. 

    마이클 만 감독 특유의 스타일에 조니 뎁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더해진 <퍼블릭 에너미>가 과연 국내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의 호응을 얻을지 궁금해집니다. 조니 뎁이 국내 여성관객들에게 얻고 있는 인기만 보자면 마이클 만 감독의 작품 중 국내에서 최고의 흥행 성적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톰 크루즈가 출연한 <콜래트럴>의 경우를 보면 그 부분에 있어서 회의적이기도 합니다만 <콜래트럴>에서 톰 크루즈는 그저 냉혹하기만 했으니까요. <퍼블릭 에너미>의 조니 뎁은 터프한데다, 위트 넘치고, 자기 여자에게 따뜻하기까지 합니다.





    수다

    1. 존 딜린저의 연인 검은새 빌리 프리셰를 연기한 마리온 꼬띠아르는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답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수사관을 향해 눈을 치켜뜨고 일갈하는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2. 이제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에서 사실적인 총격씬에 관해 기술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족이 됐습니다. <퍼블릭 에너미>에는 <히트>에서 볼 수 있었던 백주대낮의 은행 앞에서 벌어진 뜨거운 총격씬과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볼 수 있었던 어두운 밤 차가운 느낌의 총격씬에 비견될 만한 장면들을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멜빈 퍼비스가 프리티 보이 플로이드를 원거리 조준 사격하는 장면에서 마우저 소총의 더블 세트 트리거를 사용하는 모습이나 존 딜린저가 톰슨에 잼이 생긴다고 툴툴대다가 나중에 다시 한 번 잼이 생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등에선 총기 덕후로 불리는 마이클 만 감독의 면모가 고스란히 나타나기도 하죠. 

    3.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가 늘 그렇듯이 기성곡들을 적절하게 활용한 영화 음악도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경쾌하게 흐르는 Otis Taylor의 <Ten Million Slaves>는 영화의 흥을 돋구고, 다이애나 크롤이 직접 영화 속 무대에서 부르는 <Bye Bye Blackbird>는 존과 빌리의 러브 테마로 활용됩니다. 아래의 유튜브 동영상은 Otis Taylor의 <Ten Million Slaves>에 <퍼블릭 에너미>의 촬영장 사진과 스틸샷 등을 모아서 만든 것인데 특이한 점은 앞부분에 실제 존 딜린저의 모습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존 딜린저가 체포됐을 때의 모습으로 보이는데요, 영화에서처럼 체포됐음에도 당당한 것이 마치 유명 배우의 기자회견을 보는 듯한 느낌이군요. 포스가 장난 아닙니다. 조니 뎁이 연기한 존 딜린저의 캐릭터도 저런 자료를 통해 완성되었겠죠. (해당 영상이 이용중지돼 다른 영상으로 바꿨습니다.)

     
      

    4. <퍼블릭 에너미>에는 <스텝 업>, <지 아이 조>에 출연하며 요즘 엄청난 각광을 받고 있는 채닝 테이텀도 출연합니다. 위에 링크한 다음 영화 정보에서는 무려 마리온 꼬띠아르에 이어 네 번째로 이름을 올려 놓고 있군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의 모습을 찾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을 겁니다. 저도 영화를 보고와서야 알았죠. <딥 임팩트> 이후 11년 만에 보는 릴리 소비에스키는 한 눈에 알아봤는데도요. 역시 저는 여배우를 알아보는데 특화된 매의 눈을 가진 관객... 응? 

    5. 실제 존 딜린저와 조니 뎁, 빌리 프리셰와 마리온 꼬띠아르의 모습입니다. 


    실제로 조니 뎁 못지 않은 포스를 풍기는 존 딜린저.

     
    빌리 프리셰도 마리온 꼬띠아르 못지않게 매력적이네요.






    존 딜린저가 체포됐을 때의 모습. 누가 저 모습을 체포당한 범죄자의 모습으로 볼까요. 존 딜린저가 어깨에 손을 올린 남자는 당시 그를 체포한 레이크 카운티의 로버트 에스틸(Robert Estill) 검사라는군요. 그 옆에 보이는 여자는 영화에도 등장하는 보안관입니다. 저는 영화 속에서 존 딜린저가 체포된 장면에서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연출된 것인줄로만 알았는데 실제 사실에 기인한 것이었더군요. 조니 뎁이 존 딜린저의 손 모양까지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한편, 당시 FBI 국장이었던 에드가 후버는 저 사진을 본 후 불같이 화를 냈다던데, 그럴만도 하네요. 국내에서는 존 딜린저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지금까지도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갱스터로 회자되고 있다고 합니다. 짧고 굵게 살다간 저런 면모 때문이겠죠.

    6. 제가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를 소개할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는데요, 개봉 첫 주가 아니면 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국내에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보편화된 이래로 흥행 여부가 불투명한 작품 같은 경우 개봉하기가 무섭게 스크린이 쫙쫙 빠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만 감독의 팬이라면 굳이 이런 얘기를 할 필요도 없지만 만약 조니 뎁의 팬이지만 왠지 갱스터 영화는 끌리지가 않는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늦지않게 영화관을 찾아가세요. 조니 뎁의 행보에 비추어볼 때 그가 기관총을 휘두르는 터프가이 갱스터이자 내 여자에겐 따뜻한 로맨티스트로 등장하는 모습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요.  

    7. Bye Bye Blackbird... ㅠㅠ




    마이클 만 감독의 다른 작품 리뷰입니다.
    ==> 콜래트럴 (Collateral, 2004)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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