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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 근대문화유산 - 히로쓰 가옥
    나의 이야기/견문록 2014. 8. 29. 23:47




    군산은 사실 좀 칙칙한 분위기의 동네였는데 요즘은 시쳇말로 전북의 핫플레이스가 됐더군요.

    구시가지와 내항쪽에 남아 있던 일제 시대 건물들을 그대로 잘 살려내 관광자원으로 알차게 활용하는 중.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옛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건 제대로 보존해서라기보단

    그동안 개발의 혜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다시 말하자면 낙후된 것과 동급.

    군산에서 유명한 곳이 거의 그래요. 경암동의 기찻길이나 월명동 신흥동의 적산가옥들이 

    예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이 흔한 아파트 단지로 개발시키기엔 

    그다지 매력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사진기를 든 사람들 사이에 알음알음 알려지자

    군산시에서도 적극적으로 근대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주말 군산에 갔더니 가는 곳마다 관광객들로 붐비더군요.

    이성당, 복성루 같은 곳은 빵 하나 짬뽕 한 그릇 먹기 위해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넘치고,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이라는 동국사나 

    히로쓰 가옥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아요.

    젊은 관광객들이 몰리다보니 큰 게스트하우스도 생겼는데 근대 일본식 건물로

    꽤 그럴싸하게 지어놔 지나며 보기만 해도 괜찮데요.





    장사 좀 되는 곳에 있었다면 진작에 헐렸을 이러한 집들이 

    100년 가까이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




    주말이면 젊은 관광객들로 붐비다보니 

    이런 말끔한 게스트하우스도 많이 들어섰습니다.




    게스트하우스 디자인도 근대 스타일

    근처에 고우당이라고 꽤 큰 게스트 하우스도 딱 이런 스타일.






    군산의 일제 시대 가옥들 중 가장 유명한 히로쓰 가옥




    장군의 아들, 타짜 등 영화 촬영장으로 쓰이기도 여러 번.




    하지만 지금처럼 일반인들 사이에 유명해진 것은 얼마 안 됐죠.

    지금도 히로쓰 가옥은 한국 제분 사유물인데 

    군산시에서 문화재로 등록 후 임대해 관광객들에게 공개하는 중이라네요.




    마당은 일본식 정원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2층 집.









    뒤안으로 돌아가는 길




    자세히 보면 홈을 파서 목재를 끼워 맞췄어요.

    저렇게 꼼꼼하게 지었으니 나무 벽인데도 근 백년을 멀쩡히.






    뒷마당으로 돌아 쪽문을 지나니 이런 풀장도 있더군요.

    아마도 일제 시대때부터 있던 건 아닌 것 같고 해방 후 새 주인이 된

    호남 제분 일가가 거주하던 시절 만든 것인 듯 싶네요.





    참다래?






    창틀이며 나무 붙박이 장 같은 것들도 예전 모습 그대로 있습니다.

    애초에 이런 집을 지은 히로쓰도 대단하지만 수십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집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 온 호남 제분 일가의 노력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옛날 신문지를 벽지로 바른 벽장







    다다미 방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2층도 이렇게 복도가 있습니다.






    이곳은 금고가 있던 방이라더군요.

    금고방이 따로 있어야 할 정도로 히로쓰의 위세는 대단했는데 

    대대손손 군산에서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 근사한 집을 지었지만

    정작 히로쓰 일가가 이 집에서 산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더군요.


    비단 히로쓰뿐만 아니라 당시의 일본인들은 모두 

    하루 아침에 패망해 달아나 듯 떠날 수 밖에 없었겠죠.




    네 귀퉁이에 다리를 놓고 그 위에 상판을 얹은 독특한 생김새의 탁자




    금고방의 출입문 위엔 이런 부적이 붙어 있더군요.







    방문 위에 작은 창을 내 환기용으로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히로쓰 가옥이나 군산에 남아 있는 구 세관 건물 등을 보면

    일본인들의 지독함이 느껴집니다. 

    분명 그들은 조선이 백년 천년 자신들의 땅이 될 거라 생각했겠죠.

    그런 생각으로 집이며 관공서며 어느 하나 대충 짓는 법이 없이 꼼꼼히 지어놔

    거의 백년이 다 돼 가는데도 전혀 낡은 느낌이 없이 얄밉게 근사합니다.


    그 느낌은 그대로 우리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우리에겐 딱히 근대 유산이랄 것들이 없죠.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근대화를 채 이루기도 전에 

    일제의 지배를 받았고 해방 후엔 전쟁으로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 후엔 줄곧 가난 탈출이 지상 과제였기에 

    민간의 가옥은 물론이고 공공기관의 건축물이나 상업용 건축물 등이 

    제대로 된 철학을 갖고 만들어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무조건 싸고 빠르게 짓는 것이 최고였죠.

    그 덕분에 우리나라엔 50년 이상된 

    건축물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겨우 30년 정도만 되도 더 이상 못 써먹을 정도로 낡아져 버리죠.


    당장 주변의 역, 시청사와 같은 건축물을 보세요.

    거의 대부분이 근 10여 년 사이에 지어진 

    신축 건물이거나 신축 예정일 겁니다.

    그럼 앞으로는 나아질까요? 

    온통 통유리 치장에 싸이버틱한 디자인 일색인

    요즘 건물들을 보면 딱히 그럴 것 같진 않더군요.

    예전엔 가난해서 무조건 싸고 빨리 지으려고 했다라면

    요즘은 무조건 으리으리한 것만 추구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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