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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 결말 내용에 대한 쟁점 정리
    영화 이야기/감상 2010. 12. 25. 14:22


    황해
    감독 나홍진 (2010 / 한국)
    출연 하정우,김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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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는 주요 인물들 간의 관계와 사건이 얽혀 있어 집중력이 높지 않은 관객이라면 결말에 이르러서도 무슨 얘긴지 파악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도 아리송한 분들을 위해 <황해>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쟁점을 정리해봤습니다. 본격 스포일러성 리뷰이니 영화를 보신 분들만 읽으세요. 아직 영화를 안 보셨다면 간단한 느낌을 정리한 => 황해 단평 - 거칠고 강렬하다. 


    1. 김태원은 왜 김승현을 죽였나.

    버스 회사 사장이자 조폭 두목인 김태원은 전 유도국가대표 출신인 김승현 교수와 형, 동생하는 절친한 사이입니다. 김태원을 조사하던 경찰에 의하면 김태원이 김승현 교수가 실질적 소유자로 있는 유흥업소에 투자도 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 김태원은 자신의 부하인 최성남에게 김승현을 살해하라고 지시합니다. 최성남은 김승현의 운전기사를 매수해 김승현을 살해하도록 하는데 김승현의 운전기사는 이 일을 다시 조선족 두 명에게 시킵니다. 일종의 재하청인 셈이죠. 이들은 김승현 살해를 시도하던 중 김승현의 반격에 당하고 맙니다. 이 때 김승현의 운전기사가 올라가 김승현의 숨통을 끊어놓는데 구남과 맞닥뜨려 격투를 벌이다 의식불명이 되죠. 

    면 사장의 지시로 김승현을 살해하려던 구남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파악하지 못하고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하지만 결국 이미 죽은 김승현의 엄지 손가락을 잘라오는데 성공합니다. 아마도 구남이 혼자 김승현을 죽이려고 했다면 100% 실패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영화에서 처음 김승현의 신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다만 덩치가 무척 크고, 운전기사가 딸린 BMW를 타고 다니는 사람으로 묘사되죠. 김승현이 늦은 밤 귀가를 하다 자신의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구남과 마주치는 장면을 보면 남다른 강단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의 살해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보면 그가 전직 국가대표 유도선수 출신의 체대 교수라는 것과 강남 일대의 대형 유흥업소 여러 개를 실질적으로 소유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등장합니다. 칼을 들고 덤비는 두 명의 조선족을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구남 혼자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인물이었던 거죠.

    김태원 사장은 김승현의 살해 소식을 뉴스에서 본 후 최성남을 불러 마구 야단을 칩니다.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뉴스에선 이 사건으로 김승현 교수와 함께 조선족 두 명, 그리고 경찰 한 명까지 모두 네 명이 죽었다고 나옵니다. 경찰은 구남을 쫓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죽은 듯. 김태원 사장은 용의자 한 명이 달아났다는 것과 경찰이 죽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합니다. 여기서 김태원이 최성남에게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운전기사가 중간에 돈을 더 남겨먹으려고 싼 맛에 조선족들을 썼다가 일을 그르친 게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운전기사가 의식불명이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알리 없는 김태원은 구남 역시 운전기사가 돈주고 쓴 조선족 일행인 것으로 생각해 최성남에게 구남을 찾아내 없애라고 합니다.


    하지만 구남은 제3의 인물로부터 의뢰를 받은 면 사장의 지시로 사건에 개입한 것입니다. 이 시점에선 아직 면 사장이 누구의 의뢰를 받은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은 구남과 마찬가지로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김태원의 살해 동기 역시 후반에 가서야 드러납니다. 그에겐 애인이 있는데 유심히 보면 둘 사이엔 어떤 묘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특히 김태원의 애이인 김승현 교수 살해 뉴스를 보면서 김태원에게 "아무렇지도 않아? 둘이 친했었잖아."라고 태연하게 묻는 장면을 곱씹어 보면 여러가지 의미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김태원이 김승현을 죽인 이유는 결국 이 여자 때문이었습니다. 김태원은 면 사장에게 떡실신이 돼 죽기 직전 알아듣기 힘든 소리로 중얼거리는데 잘 들어보면 '그 놈이 내 여자를 건드렸어..' 뭐 이런 말을 합니다. 김승현이 자신의 애인과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된 김태원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그를 죽여버렸던 것이죠. 그들이 운영하던 유흥업소와 관련해 일종의 이권 다툼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적어도 영화에서 그런 부분은 묘사되지 않습니다. 애인에 대한 김태원의 집착만이 강조되죠. 결국 김태원은 부하들을 시켜 자신의 애인도 죽입니다. 

    김태원이 처음부터 자신의 애인까지 죽일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김승현 살해 뉴스를 보면서 눈 하나 깜짝안하고 오히려 김태원에게 "아무렇지도 않냐"고 물을 때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김태원은 '너와 바람 피운 남자가 죽었는데 너야말로 아무렇지 않냐?'는 생각을 했겠죠. 김태원은 자신의 애인이 그렇게 태연하게 구는 모습이 마치 매우 약고 표독스러운 여우같이 느껴졌을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애인을 만나러 가서 "너 나한테 뭐 할 말 없냐?"고 물었던 거겠죠. 

    그런데 이 모든 게 결국 김태원의 오해때문이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김태원의 애인이 김승현 살해 뉴스를 보면서 너무도 태연하게 행동하는 게 그녀가 냉혹한 팜므파탈이어서가 아니라 사실은  김승현과 아무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거죠. 김태원이 찾아와 어딘가 이상한 태도로 할 말 없냐고 물을 때도 그녀는 정말 할 말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김태원은 무척 예민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그가 구남을 쫓다가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이랄 수 있습니다. 그는 구남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구남을 죽이려들고 그 와중에 면정학을 끌어들이게 됩니다. 면정학과 얽히게 된 이후에도 만약 면정학의 얘기처럼 돈만 주고 그가 중국으로 되돌아가게 했으면 별 일이 없었을텐데 면정학까지 죽이려다가 자기까지 당하게 되는 인물이죠. 이런 김태원의 성격을 미루어보면 그가 사소한 오해로 김승현을 살해하고 자신의 애인까지 죽였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 합니다. 김태원 이 사람 참... 교회는 열심히 다니는 것 같더만. 교회 좋아하는 어떤 분과 마찬가지로 오해도 너무 좋아한 게 아닐까하는...;; 

    내용추가=>


    아래 댓글에서 나온 얘기대로 김승현 아내의 옷과 김태원 사장 애인의 옷이 똑같군요. 김승현이 자신의 아내와 김태원의 애인에게 똑같은 옷을 사준 것이죠. 김태원의 애인은 두 유부남과 동시에 내연의 관계였던 셈.

    2. 구남의 아내는 살아있다?
     
    <황해>의 마지막 장면에서 한 밤 중의 연변역에 기차가 서고 구남의 아내가 내리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때문에 구남의 아내가 죽지않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구남의 의뢰를 받은 흥신소 직원이 사체를 확인하는 대목 또한 구남의 아내가 살아있다는 근거로 제시됩니다. 그 장면에서 흥신소 직원은 사체의 얼굴과 사진을 대조해보면서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혼잣말을 합니다. 그런데 구남에게 전화를 할 때는 확실하다는 투로 말하죠. 그가 혼자서 볼 때는 잘 모르겠다고 자신없어 하다가 구남에게 확실하다고 말한 이유는 화장 비용을 뜯어내기 위한 목적이었을 겁니다. 결국 구남은 자신의 아내와 애인 사이였던 수산물 유통업자가 살해한 여자가 자신의 아내가 맞는지 확실하게 확인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경찰 쪽에 확인하려고 했을 땐 직접 경찰서에 와서 신분을 확인해야 알려준다는 얘기만 들어야 했고요. 

    저는 이 부분에 대해 감독이 의도적으로 애매하게 연출한 부분이 있지만 그냥 살해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구남의 아내가 기차에서 내리는 장면을 보면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죠. 현실이 아닌 죽어가던 구남의 상상 정도로 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구남의 아내가 죽지 않고 연변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본다면 앞서의 장면들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의 전체적인 무게감도 확 줄어버립니다. 구남이 아내가 살던 집을 찾아갔을 때 방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고 문 옆쪽의 벽을 보면 피 묻은 손자국까지 보이죠. 구남이 옆집 남자에게 물어보자 심하게 싸우던 소리가 났다고 얘기합니다. 그 상황에서 구남의 처가 살아 있다고 한다면 바로 다음 날부터 전국적으로 지명수배가 된 구남을 TV에서 한 번도 못 봤다는 게 설명이 안됩니다. 한국에 온 지 겨우 며칠 밖에 안된 구남조차 TV뉴스를 통해 자신의 행적을 보는데 말이죠. 또한 연변으로 돌아오면서 딸이 있는 시어머니댁에 전화 한 통 안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구남이 수산물유통업자와 처음 마주치던 장면을 보면 수산물유통업자가 차에서 내려 구남을 보고 흠칫 놀라며 어딘가 수상쩍은 기색을 보입니다. 마치 뭔가 죄를 지은 사람처럼말이죠. 그때 이미 그가 구남의 아내를 살해한 상태였을 겁니다. 한 시간 내에 사람을 죽이고 토막까지 낼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은 좀 걸립니다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기에 나홍진 감독은 구남의 처가 살아 있는 것으로 연출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얘기했듯이 만약 그렇다면 앞서의 디테일이 뭉개지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의 흐름을 깨버린 불필요한 반전으로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3. 김정환 과장은 김승현의 처와 내연관계인가.

    이 부분은 구남 처의 생사여부와 함께 <황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입니다. 저 역시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대로 정리가 안되더군요. 영화는 처음부터 김태원 외에 김승현을 살해하려고 한 또 다른 인물의 정체를 꼭꼭 감춰둡니다. 후반에 이르러서야 HK상호저축은행의 김정환 과장이 '웨이터의 진술'과 '명함'으로만 등장하게 됩니다. 

    면정학을 놓친 김태원의 부하들이 그를 쫓다가 우연히 술자리에서 '김승현을 자기가 죽였다'고 떠들어대던 조선족 웨이터를 잡아왔는데 그에게서 자기가 김승현을 죽이고 싶다는 손님을 연변의 조선족 브로커인 면정학에게 연결해 줬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겁니다. 그 웨이터는 김정환 과장과 면정학을 연결해준 알선책이었던 셈이고, 구남은 김정환 과장의 의뢰를 받은 면가의 지시를 받고 김승현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죠.

    일단 영화의 흐름에서 가장 쉽게 해석하자면 HK상호저축은행의 김정환 과장은 김승현의 처와 내연관계이고 그로인해 김승현을 청부 살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승현의 처가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 구남과 마주치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그녀의 표정이 어딘가 몹시 불안해 보이는 걸 느낄 수 있는데, 흐름상 자신과 내연의 관계에 있는 김정환 과장과 이미 남편 살해를 공모한 상태에서 집앞에서 낯선 이를 만났기 때문이겠죠.


    이게 가장 쉬운 결론이긴 하지만 영화의 세부적인 부분을 되새겨 보면 쉽게 와닿지 않는 대목이 있습니다. 가장 아리송한 장면은 구남이 김정환 과장이 근무하는 은행으로 찾아갔을 때입니다. 구남은 자신이 면 사장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내는 죽고, 우여곡절 끝에서 시도한 부산항에서의 밀항이 실패하고, 난데없이 나타난 면 사장에게까지 쫓기게 되자 김승현의 집을 찾아가 그의 아내를 만납니다. 김승현의 아내를 만난 구남은 김승현의 손가락을 돌려주며 당신 남편을 죽인 것은 자신이 아니라 운전수라고 알려주고 죽은 남편에 대해 알려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남편을 죽이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그를 찾아가 반드시 복수해주겠다고 하죠.

    구남은 김승현의 아내를 만난 후 김승현이 운영하던 업소를 찾아가 김태원의 정체를 알아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조선족 두 명으로부터 습격을 받게 됩니다. 그들로부터 살해 위기에서 우여곡절 끝에 벗어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시킨 사람이 김정환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김정환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아직 그가 누군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는 구남은 일단 김태원의 버스 회사를 찾아가는데 그 곳에서 면 사장과 김태원이 죽은 것을 봅니다. 

    그 후 구남은 명함 속의 인물인 김정환 과장이 일하는 은행으로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구남은 놀랍게도 김승현의 아내가 김정환과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구남을 발견한 김정환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데 구남은 그들을 두고 그대로 은행을 빠져나옵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김승현의 아내와 김정환 사이의 분위기는 직원과 고객 사이의 지극히 사무적인 느낌밖에 안듭니다. 물론 김정환의 직장이니만큼 서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아주 약간의 친근한 눈빛이라도 서로 교환하는 장면이 있었다면 둘의 관계가 보다 쉽게 이해가 됐을텐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죠.

    그리고 조선족 웨이터가 김태원에게 김정환 얘기를 할 때 잘 들어보면 김정환이 자기네 가게에 와서 술 마시다가 취하기만 하면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그 말의 뉘앙스는 마치 원한 관계에 있는 상대에 대한 충동적인 분노 정도로 들렸는데, 김태원이라면 이미 조폭 두목이기에 통제할 수 없는 분노에 휘둘려 살인교사까지 저지르는 것이 크게 무리가 아니지만 김정환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선 주어진 정보가 거의 없기에 단지 술집 웨이터에게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떠벌렸다는 것 만으로는 그 동기가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함께 그 재산을 노리기 위한 의도였겠지만 그렇다면 술 취해서 웨이터에게 그런 식으로  떠벌릴 게 아니라 뭔가 더 계획적인 행동을 보였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더군다나 잠깐 등장한 김정환 과장의 이미지는 무척 젊고 핸섬한데다 스마트해보이는 인상. 그런데 웨이터의 얘기로 전해지는 김정환의 행동은 전혀 그렇지가 않죠. 심지어 그는 살인을 의뢰한 조선족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뿌리다시피 합니다. 물론 평범한 직장인이 청부 살인을 의뢰하는데 어디까지 치밀할 수 있겠냐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죽여달라면서 버젓이 자기 명함을 내밀며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하는 건 좀 웃기지 않냐는 거죠. 그것도 두 번씩이나.


    때문에 저는 김정환과 김승현 아내의 관계가 단순한 내연관계가 아닌 뭔가 좀 다른 식으로 봐도 되지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예를들면 김승현의 아내는 남편의 외도와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고 김정환은 그런 그녀에게 연민과 사모의 정을 품고 있는 남자. 그러니까 김정환은 김승현의 아내와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닌 상태에서 김승현을 죽이기로 한. 이렇게 되면 은행씬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전혀 모르는 사이처럼 그려진 것은 설명이 됩니다만... 네, 그래도 무리죠 무리. ㅋ 이런 내용이라면 안그래도 복잡한 이야기의 축이 한층 더 확장돼 수습이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겁니다. 게다가 구남이 김승현의 처를 만난 이후에 김정환의 사주를 받은 조선족의 습격을 받는 것도 붕 떠버리게 되죠.  

    또는 김정환과 김승현의 아내가 가족 관계라는 설정을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은행 장면에서 유심히 보면 두 사람의 얼굴이 어딘가 닮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앞서와 마찬가지로 김승현은 외도도 모자라 툭하면 폭력까지 행사하는 남편이었고 김정환은 누나의 고통을 보다못해 매형을 살해해 버리기로 한. 뭐 이런 설정도 무리긴 합니다. 게다가 은행씬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의 묘사를 설명할 길도 없고. 결국 두 사람이 은행 창구에 마주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는 둘의 관계를 설명하기가 부족한데, 때문에 아마도 이 두 사람에 관해선 편집된 부분이 더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구남이 김승현의 아내를 찾아가서 만나는 장면에선 묘하게 김승현의 아내가 구남의 아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가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읭? 저거 구남의 아내인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녀의 모습은 앞부분에서 구남과 처음 마주치던 때와 무척 다르게 보였습니다. 뭐랄까 처음 등장할 때는 전형적인 부자집 마나님의 모습이었다면 두 번째는 무척 수수하고 여려보였습니다. 전혀 내연남과의 공모해 남편을 죽인 여자처럼 보이진 않았죠. 

    마지막 장면에서 구남의 아내가 기차에서 내릴 땐 그 모습이 김승현의 아내와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구남의 아내는 구남이 꿈속에서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자는 모습을 상상할 때 등장하는 모습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이게 나홍진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인지 저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무리해서 생각을 확장해보면 나홍진 감독의 의도는 결국 외도 끝에 남편을 살해한 김승현의 처와, 외도 끝에 남편이 개고생을 하다 차가운 황해에서 죽게 만든 구남의 처가 똑같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인가 싶기도 합니다. 만약 이런 의도가 있었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김승현의 처와 닮은 모습으로 연변에 돌아온 구남의 처는 살아 있다고 보는 게 맞겠죠. 생각할 수록 더 복잡해지기만 하는군요. 어디서 나홍진 감독이 속시원히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군요.

    결국 <황해>의 주제는 구남이 아내를 찾으러 다니다가 만난 식당 주인이 손님들을 둘러보면서 했던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중에 부부가 몇 명이나 될 것 같애? 그냥 잊어버리거나 모른 척하고 살어"

    <황해>는 불륜 방지 캠페인 영화. 바람피면 죽는다. ㅋ
    이 떡밥으로 리뷰 하나 더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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