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어느 일요일 오후
    나의 이야기/대화 2010. 5. 14. 09:30








    사진이란게...

     

    일단은 부지런해야 좋은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기회가 생기는 법이고,
    거기에 센스가 있어야 같은 장면이라도 멋진 구도로 찍을 수 있는 법이고,
    무엇보다 감성이 있어야 찍은 사진에 자신만의 언어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법이다.

    간밤에 늦게까지 같이 술 마셨던 김이 산책이나 하자길래 동네 공원에 갔다.
    마침 국화 축제 준비가 한창.

    공원 전체가 국화 천지였다.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하던 와중에 나이 지긋한 네 분의 할머니께서
    나란히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을 봤다.
    보는 순간 멈춰 서서 셔터를 눌렀는데 벌써 멀찌감치 가고 있는
    김ㅇㅇ 때문에 맘이 급했는지, 아니면 괜한 뻘쭘함 때문이었는지,
    뒷모습을 찍으면서도 급하게 한 컷 만 찍고는 그 자리를 지나쳤다.

    나중에 찍은 사진을 보며 열 두 번을 더 아쉬워했다.

    저기 앉아 있던 저 분들도 예전에는 아주 어린 소녀였겠지.
    지금처럼 가만히 앉아 앞쪽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시끄럽게 재잘댔겠지.

    예전의 시끄러운 모습이든, 지금의 조용한 모습이든
    어느 일요일 오후. 해지는 가을 날의 저 순간은
    할머니들에게나 내게나 다시는 오지 않을 찰라.

    더 열심히 담아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의 이야기 >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강의 견공들  (2) 2010.05.14
    하늘에 우산  (2) 2010.05.02
    싹싹한 고양이  (6) 2010.04.17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