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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전명 발키리 - 10.26을 떠올리게 하다
    영화 이야기/감상 2009. 1. 23. 16:39


    <작전명 발키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내부에서 벌어졌던 반나찌 항쟁을 다룬 영화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재현한 영화답게 당시의 인물들이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톰 크루즈는 히틀러 암살 계획의 주역이었던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역할을 맡았습니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아프리카 전선에서 부상 당해 한쪽 팔과 한쪽 눈을 잃고 본국으로 돌아옵니다. 히틀러의 무모한 전쟁과 나찌의 범죄행위에 염증을 느끼던 그는 독일 내부의 반나찌 세력에 가담해 히틀러 암살 계획을 세웁니다.  


    <작전명 발키리>는 스릴러 장르의 외양을 띠고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사에 그리 깊은 관심이 없다해도 이 영화의 소재인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히틀러 암살 시도는 몰라도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겁니다. 즉 관객들은 히틀러가 1944년에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에 의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이 사건을 스릴러로 다룬다는 것은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다루는데는 스릴러 장르보다 진지한 드라마가 어울렸을거란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브라이언 싱어는 특유의 연출력으로 이미 결말이 알려져 있는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제법 잘 포장해놨습니다. 

    영화는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반나찌 비밀 세력에 가담해 히틀러 암살 계획을 실행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후의 쿠데타 시도를 시간순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슈타우펜베르크가 히틀러 암살 계획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게 되기까지는 다소 늘어지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만 그 후엔 숨가쁘게 진행되며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게 합니다. 영화의 중반 이후 히틀러 암살 계획을 실행하고부터 다루는 이야기들은 1944년 7월 20일 단 12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입니다.

    브라이언 싱어는 전작인 <수퍼맨 리턴즈>에서는 수퍼맨에 대한 향수적 감성에 집중하는 바람에 다소 김빠진 듯한 연출을 보여줬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역시 브라이언 싱어라는 생각이 들게하더군요. 그는 영화의 곳곳에서 장르적 기교를 부리며 관객으로하여금 긴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예를 들자면 초반 트레스코프 소장(케네스 브래너)이 술병을 개조한 폭탄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가족과 함께 방공호에 대피해있다가 바그너의 '발키리의 비행'을 들으며 발키리 작전을 떠올리는 장면 등은 브라이언 싱어의 연출기교가 무척 돋보인 장면들입니다. 이 밖에도 브라이언 싱어는 자신의 특기를 여러 장면에서 발휘해가며 스릴러로서 한계를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소재를 매우 긴장감있게 꾸며놓았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자니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작전명 발키리>에서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반나찌 세력에 가담하지만 단지 히틀러를 죽이겠다는 것 말고는 후속 계획이 없는 그들에게 실망합니다. 그래서 그는 비상시 작전 계획인 '발키리 작전'을 이용해 히틀러를 죽인 후 효과적으로 권력을 장악하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에겐 히틀러를 죽인 다음이 중요했던 것입니다. 결국 작전 실행후 히틀러를 죽이는데 성공했다고 믿은 그는 예비군을 동원해 베를린 곳곳을 장악하는데 성공하고 점령지 파리까지 거의 손에 넣지만 정작 히틀러가 죽지 않아서 거의 성공할 뻔한 쿠데타를 실패하고 맙니다. 그렇게 1944년 7월 20일은 세계사에서 중요한 날이 될뻔하다 그냥 지나가고맙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역사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는 박정희를 암살하는데 성공함으로써 18년 독재를 종식시켰지만 슈타우펜베르크와 달리 적절한 후속 계획이 없어 이렇다할 시도도 못해보고 결국 5공이라는 또다른 독재정권을 불러왔습니다. 이때문에 김재규에게 과연 역사적인 대의가 있었느냐 아니면 단지 개인적인 충동이었느냐를 놓고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렇게 독일 역사에서 슈타우펜베르크의 평가와 달리 우리 역사에서 아직까지 김재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은 독일에서는 나찌가 완전히 청산된 과거지만 우리에게 친일독재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이 정통 정치드라마가 아닌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가미해 살짝 비틀어서 연출된 영화임에도 도입부에 삽입된 다큐 장면이 삭제된 채 개봉해야 했던 일화도 그 점을 방증합니다. 



    수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군 제복은 언제봐도 멋지더군요. 초반에 히틀러가 동부전선을 시찰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과 뽀대는 정말 감탄이 절로나옵니다. 역시 휴고 보스... 뭐 그렇지만 밀덕은 아닙니다.

    수다 2. 평소 톰 크루즈가 나오는 영화를 자주 봐도 그가 그다지 작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작게 보이는 장면이 있더군요. 쿠데타가 실패하고 주모자들과 함께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은 정말 에러였습니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후손들이 톰 크루즈가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을 연기하기엔 너무 작았다고 폄하할만 하더군요. 그래도 독일군 제복을 입은 톰 크루즈는 폼납니다. 뭔들 안 멋있게냐마는..

    수다 3. 이 영화는 실제 역사를 다룬 영화 답게 등장 인물들의 이름이 모두 실명으로 나오는데요, 그뿐만이 아니라 배우들의 생김새도 실제 인물들과 흡사하게 꾸며서 등장합니다. 톰 크루즈가 다소 안어울리는 듯한 곱슬머리로 등장한 것도 그 때문이죠. 이미 많이 알려진 톰 크루즈와 슈타우펜베르크의 생김새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실제 인물과 비슷한 분장으로 나옵니다.

    수다 4. 바그너의 '발키리의 비행'을 혹시 '발키리의 승선'이라고 기억하시는 분 계신가요? 저희 집 어딘가에 쳐박혀 있는 영화음악 전집 LP판에선 그렇게 본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발키리의 승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없고 '발키리의 비행'이라고만 부르네요. 영어명은 'The ride of Valkyrie'인데... 승선이라함은 배에 타는 것이고 비행은 말그대로 비행이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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