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지구가 멈추는 날 -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
    영화 이야기/감상 2008. 12. 25. 19:19


    지구가 멈추는 날
    감독 스콧 데릭슨 (2008 / 미국)
    출연 키아누 리브스, 제니퍼 코넬리
    상세보기





     
    어느 날 뉴욕 한 복판에 신비로운 구형 비행체를 타고 클라투(키아누 리브스)라는 이름의 외계인이 나타납니다. 그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부터 지구를 구하러 온 존재입니다. 그가 지구를 구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인간들을 없애는 것이죠. 우주생물학자인 헬렌(제니퍼 코넬리)은 인간들에게 기회를 달라고 그를 설득합니다.
      
    이 영화는 같은 제목의 1951년도 작품을 리메이크 한 것입니다. 원작에서는 외계인이 지구인들에게 냉전 시대의 국가간 갈등에 대해서 경고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전체적인 전개에 큰 차이가 없는데 이로인해 [지구가 멈추는 날]은 리메이크작들이 흔히 보여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 세기 전의 원작이 갖고 있는 주제와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 탓에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능력이 도통 보이질 않더군요. 안일한 리메이크작의 한계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점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5년작 [우주전쟁]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주전쟁]도 H.G. 웰즈의 출간된 지 백년이 더 된 소설을 원작으로 여러 번 리메이크 된 작품이었습니다. [우주전쟁] 역시 원작에 충실한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그런 점 때문에 많은 관객들로부터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백년 전의 원작이 갖고 있는 감성과 21세기의 관객들의 감성에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구를 멈추는 날]을 보고나면 [우주전쟁]은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겁니다. [우주전쟁]은 전체적인 전개나 결말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있어도 외계인의 등장과 그들의 파괴 행각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충분히 긴장감을 느낄 수 있지만 [지구를 멈추는 날]은 그런 것들이 전혀 없습니다.   

    [지구가 멈추는 날]은 할리우드 오락영화라는 측면의 매력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볼만한 장면은 예고편에서 보여준 것이 다였습니다. 흔히들 낚였다는 표현을 씁니다만 이 영화를 보면 정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응당 오락영화가 관객에게 제공해야 할 짜임새 있는 연출에서 느껴지는 재미라든가, 화려한 볼거리에서 느껴지는 짜릿함 같은 것들을 찾아보기 힘든 작품입니다.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스펙타클한 장면들에서 전혀 짜릿함을 느낄 수가 없더군요. 그런 장면이 전체적으로 몇 장면 안되기도 하거니와 이미 예고편에서 다 본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과장하지 않고 영화 속에 등장한 멋진 장면들은 예고편에 나온 분량이 전부더군요.

    게다가 그러한 장면들의 구성 자체도 전혀 흥미롭지 않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군이 공격하는 장면의 경우 프레데터 무인기가 등장하는 대목은 얼마전 개봉했던 [이글 아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지극히 단조로웠고, 탱크와 자주포 등이 중구난방으로 포 사격을 하는 장면도 이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엉성합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볼거리 중 그나마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메뚜기 로봇 떼가 도시를 휩쓰는 장면도 대충 만든 느낌이 강합니다. 거대한 스타디움과 달리는 트럭이 순식간에 재로 변하는 장면에선 사람들의 모습이나 다른 자동차들의 등장이 전혀 없어 그저 휑한 느낌입니다.





    클라투가 우주로 가져갈 '방주'가 등장하는 장면도 무슨 코끼리나 사자, 북극곰 이런 것들은 보이지도 않고 뱀장어, 개구리, 전갈 따위의 조그만 것들만 나오더군요. 종말에 임박한 지구 곳곳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기존의 실제 뉴스 화면들을 그대로 편집한 장면을 보여줄 뿐, 심지어 피난 행렬을 보여주는 장면 조차 하나도 없습니다. 이놈시키들 제작비 아끼려고 노력한 것이 뻔히 보이더군요. 

    그렇다고 훈훈한 감동이나 교훈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아닙니다. 클라투에게 인간의 희망 없음을 얘기하는 동료 외계인과 반대로 인간이 갖고 있는 희망을 얘기하는 교수 모두 식상하고 단편적인 내용들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클라투는 그런 단순한 얘기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헬렌과 양아들 제이콥의 관계도 황당할 정도로 전형적으로 전개돼 보는 동안 짜증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뭐. 이래저래 누가 보러간다면 절대로 말리고 싶은 [지구가 멈추는 날]입니다.






    수다 1. 키아누 리브스의 인터뷰를 보니 이 영화에서 인간이 아닌 외계인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게 인간이 아닌 모습을 표현하려 했던 것인지 시종일관 무표정 연기가 계속되는데 좀 지겹더군요. 제니퍼 코넬리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아이맥스 디지털로 보니까 피부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안타까웠습니다. 제니퍼 코넬리의 의붓아들로 나온 꼬마 녀석. 그저 한 대 쥐어박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뭐 이 외에는 워낙 연출이 구리다보니 전혀 인상적인 인물도 없고, 국방장관 역할로 나온 캐시 베이츠도 그저 안습입니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티백으로 유명한 로버트 네퍼도 잠깐 얼굴을 비춥니다만 뭐 하는 것도 없이 사라집니다.



    이 영화 최고의 악역!



    수다 2.
    클라투는 헬렌과 제이콥의 모습에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엿보고 마음을 돌립니다. 헬렌과 제이콥이 보여준 모습은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인류 전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만한 것으로 느껴지진 않았는데요, 때문에 클라투의 행동 변화도 전혀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에 감동받아서 마음 돌리는 것을 보니 불우 이웃 돕기나 환경 운동에 헌신하는 사람들을 봤으면 아주 자지러졌겠더군요. 왜 그린피스 같은데 보면 오로지 지구 환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들 있잖습니까. 자기 목숨까지도 내놓고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의 노력은 알아주지도 않고... -_-


    수다 3. 클라투가 원작과 마찬가지로 UN에서 자신의 메세지를 전달하겠다고 하는 것도 어이없는 대목이었습니다. 50년 전이야 UN이 국제 정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볼 때 그럴듯한 설정이었지만 현재 시점에선 별 의미도 없는 설정인데 그대로 집어 넣은 것을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대충 리메이크 된 작품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까도까도 깔 게 계속 나오는 영화를 본 것도 오랜만이네요.








    재밌게 읽으셨으면 아래의 추천 버튼을, 구독을 원하시면  를 눌러주세요. 굽신굽신~ ^^;

    '영화 이야기 >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화점의 미덕과 해악  (3) 2009.01.08
    예스맨 - 긍정하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0) 2008.12.23
    말아톤  (0) 2008.12.2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