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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은 다르다!영화 이야기/감상 2008. 11. 22. 11:58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미국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두 번째 배트맨. <다크 나이트>가 드디어 국내에 개봉했습니다. 이미 미국 현지 반응도 폭발적이고 국내에서도 시사회 등을 통해 미리 접하신 분들이 한결같이 호평을 하고 있는지라 개봉하기만을 손 꼽아 기다렸습니다. 직접 확인해보니...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대단하더군요. <다크 나이트>는 연출과 시나리오, 배우들의 연기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멋집니다.
그런데 그동안 국내에서 배트맨 시리즈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다크 나이트>의 국내 흥행에 의문을 나타내는 기사가 종종 눈에 띄는데요, -다음의 메인 화면 상단에는 며칠째 '배트맨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이유?'라는 제목의 지식검색 문구가 떠있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에 <다크 나이트>는 기존의 배트맨 매니아 층은 물론이고 배트맨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일반 영화 관객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약간의 컬트적인 요소가 가미돼 지금까지도 매니아 층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는 팀 버튼의 배트맨이나, 이후 조지 클루니, 니콜 키드만, 짐 캐리 등 인기 배우들을 앞세워 보다 대중적인 분위기로 만들어졌지만 매니아와 일반 관객 모두에게 외면 받은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의 시리즈가 갖고 있던 만화적인 요소들을 완전히 털어낸 것입니다. <다크 나이트>는 원작의 배경과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영화적 스타일은 지금까지의 배트맨 시리즈는 물론이고 어떤 수퍼 히어로 영화와도 다릅니다. <다크 나이트>에 등장하는 배트맨의 액션과 조커의 범죄 행각은 꽤 사실적이고 정교한 편입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범죄 조직의 돈세탁과 관련한 부분은 따라가기가 조금 버거울 정도더군요. 애초에 배트맨은 여느 히어로와 다르게 스스로 초인적인 힘을 지닌 존재가 아닙니다. 그에겐 단지 엄청난 재력이 있을 뿐이죠. 때문에 그는 배트 수트의 힘을 빌려도 개에게 물리면 상처를 입고, 밤마다 범죄자들을 소탕하러 다니느라 낮에는 중요한 회의석상에서 졸기도 합니다.
조커 역시 단지 마구 부수고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고담시의 악명 높은 범죄 조직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고담시 경찰과 배트맨마저도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영리한 악당입니다. 포스터에도 나와 있는 대사처럼 영화에서 조커가 벌이는 모든 일들은 그의 계획의 일부인 셈이죠. -It's all part of the plan- 이런 조커의 범죄 행각은 <다크 나이트>가 평범한 히어로 영화가 아닌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필름 느와르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점이 <다크 나이트>가 배트맨 매니아가 아닌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전체적인 분위기 외에도 <다크 나이트>에는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합니다. 그 중에 두 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동안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빈틈없는 연출은 단연 압권입니다. 각각의 캐릭터와 사건들이 한 치의 틈도 없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종종 관객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대목에서 한번씩 터뜨리는 작은 반전들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게다가 선과 악에 관한 성찰, 9.11 이후 미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은유와 같은 가볍지 않은 얘기까지 담아 놨으니 단순한 오락영화의 차원을 넘어서는 거의 완벽한 연출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다크 나이트>에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때로는 명백하게, 때로는 미묘한 갈등 관계로 서로 얽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브루스 웨인은 초법적인 위치에서 고담시의 정의를 지켜가는 자신의 역할을 합법적인 위치의 지방 검사 하비 덴트에게 넘기고 옛 연인 레이첼과 재결합하길 원합니다. 그런데 하비 덴트는 레이첼과 연인사이입니다. 또한 내사과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하비 덴트는 고담시의 경찰들을 믿지 않습니다. 고든은 자신의 부하들을 신뢰하지 않는 하비 덴트와 함께 일해야 합니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갈등 관계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짜임새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영화 속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다크 나이트>의 드라마를 더욱 풍부하게 살려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크 나이트>는 기존 히어로 영화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빈약한 드라마를 잘 살려냄으로써 장르적 한계에서 탈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점들은 <다크 나이트>가 유명 원작을 등에 업고 손쉬운 성공을 노리는 평범한 작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멋진 작품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때문에 <다크 나이트>는 기존의 배트맨 매니아 뿐만이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도 큰 만족을 줄 것이 예상됩니다.
수다 1. <다크 나이트>는 IMAX 전용 카메라로 촬영한 첫번째 일반 영화라고 합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아니지만 4가지 주요 신이 IMAX로 촬영됐기 때문에 이미 국내에서도 웬만한 영화광들 사이에선 이 영화는 반드시 IMAX 상영관에서 감상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저는 디지털도 아닌 일반 상영관에서 봤는데도 스케일이 큰 장면들에 압도되어 저절로 탄성을 지른 것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이번 주말에 IMAX 상영관에서 다시 한 번 볼 예정인데 예매하기가 무척 어렵더군요. 거의 열흘 전에 예매를 시도 했는데도 감상에 최적인 가운데 좌석은 이미 모두 예매가 완료 됐고 측면 자리만 남아 있더군요. 어쩔 수 없이 최적의 좌석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과연 IMAX DMR 2D로 감상하는 <다크 나이트>는 어떨지 무척 기대됩니다. 혹 <다크 나이트>를 IMAX로 감상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이미 다음 주말까지도 주요 시간대는 거의 매진이더군요.수다 2. <다크 나이트>를 얘기할 때 히스 레저를 빼 놓을 수 없겠죠. 이미 많은 분들이 히스 레저의 연기에 극찬을 하신 바 있기 때문에 따로 덧붙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딱 한가지 장면은 꼭 전해 드리고 싶네요. 대사 "Why so serious?"를 읊는 대목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전율이 흘렀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Why so serious?
수다 3. 아시다시피 케이티 홈즈 대신 레이첼 역을 맡은 매기 질렌할은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입니다. 제이크 젤렌할은 히스 레저와 <브로크백 마운틴>에 함께 출연했습니다. 히스 레저는 자신의 짧은 인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작품에서 공교롭게도 질렌할 남매와 함께 작업한 셈입니다. 그런데 매기 질렌할을 보고 있으니 누구와 닮았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군요.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영국 미녀 애나벨과 닮지 않았던가요? 영화에 집중 안되게 매기 질렌할이 나올때마다 애나벨의 이름이 안 떠올라서 애먹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그것부터 찾았어요. -_- (어떤 분은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를 닮았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네요.)
닮지 않았나요?
수다 4. 케이티 홈즈에 비하면 매기 질렌할은 너무 나이 들어보이지 않냐는 의견이 많은 것 같던데 저 역시 영화 초반엔 적응하기가 좀 힘들었지만 이내 <배트맨 비긴즈>의 케이티 홈즈와는 또 다른 매기 질렌할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특히 라우를 취조하는 장면에서 그녀만의 어딘가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매력이 돋보이는 듯 했습니다. 사실 매기 질렌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제가 그녀를 처음 본 것도 영화관이 아닌 한 밤중 케이블 채널에서 해주던 <세크리터리>라는 영화를 통해서였습니다. 처음부터 다 보지는 못했는데 쉽게 소화하기 힘든 내용의 영화였지만 매기 질렌할의 맹한 듯 순수하면서도 묘하게 퇴폐적인 이미지는 뚜렷하게 각인됐드랬습니다. 스크린에서 접하게 되니 괜히 반갑더군요.
스타일 멋지죠?
수다 5. 위에서 'It's all part of the plan'에 관해 언급했는데요, <다크 나이트>에는 조커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딱 한가지 있습니다. 긴장감을 극도로 고조시키는 음악이 울리면서 진행되는 장면인데 마치 칠판을 손톱끝으로 긁는 듯한 아찔함이 느껴지더군요. <다크 나이트>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여러 대목 중 하나입니다. 꼭 확인해보시길.수다 6.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작품을 봤더니 이것저것 할 말이 끊이질 않네요. 몇 가지 더 할 얘기가 있는데 그만 줄여야겠습니다. 너무 칭찬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친구의 얘길 떠올려보니 한가지 간과한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다크 나이트>가 너무 진지해서 별로였다고 하더군요. <미이라 3>가 더 나았다고 합니다. 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까요. <다크 나이트>는 분명 최근 몇 년 사이에 나온 영화들 중 손에 꼽을만한 멋진 작품입니다만 가벼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님하 부럽... 요트 한번만 태워주심..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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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개봉 당시 썼던 리뷰입니다.
용산 아이맥스에서도 봤었는데 글을 옮기다보니 그때의 감흥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최고였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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