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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똥의 맛나의 이야기/견문록 2010. 12. 3. 00:01
언젠가 꽤 쌀쌀하던 날 밤. 사람많은 번화가에서 애완용 토끼를 팔더군요.
날씨가 쌀쌀하니까 토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귀여웠지만 추워보여 좀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좀 오래전에 여동생이 고딩이었을 때.
친구네 집에서 애완용 토끼 한 마리를 얻어 온 적이 있습니다.
베이지색이 섞인 토끼였는데 아주 작고 귀여웠죠.
그땐 키우던 강아지가 땡이 혼자였는데 땡이도 아주 작은 강아지였어요.
토끼나 땡이나 둘 다 크기가 딱 사진 속의 저 정도.
그런데 토끼에게 먹이로 배춧잎을 주면 어린 땡이년이 샘을 내면서
배추 잎파리 하나를 놓고 양쪽에서 토끼와 땡이가 아그작거리며 동시에 뜯어먹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그땐 디카는 없었고 8미리 캠코더로 그 영상을 찍어놓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안보이네요.
아무튼 한동안 그 토끼를 길렀는데, 거의 동생이 도맡아서 먹이도 주고, 같이 자고 그랬었죠.
하루는 동생이 친구를 데려와 같이 잔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잠에서 깬 동생의 친구가 동생의 얼굴을 보고
입에 뭐가 묻었다며 자다가 초콜렛이라도 먹었냐고 묻더랩니다.
동생은 무슨 소리냐고 거울을 봤는데 진짜 초콜렛 같이 진갈색의 끈적한 뭔가가
이 사이에 잔뜩 끼어 있더라네요.
그 순간 사태를 파악한 동생은 으앙~ 우는 소리를 내며 화장실로
달려가 입을 씻었습니다.
네, 초콜렛의 정체는 다름아닌 토끼똥이었던 거죠.
토끼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실테지만 얘들은 똥을 그냥 툭툭 흘리듯이 싸고 다닙니다.
자세를 잡지도 않고 심지어 먹으면서 싸기도 하죠.
당시 토끼를 따로 집에다 넣지 않고 방에다 놓아길렀는데
아마도 동생이 자는 동안 토끼는 평소처럼 똥을 툭툭 흘리고 다녔을테고,
그 중 몇 알이 자고 있는 동생의 입으로 들어가 침과 뒤섞여 초콜렛처럼 녹았던 것 같습니다.
토끼 아니고 도도
귀여운 척 셀카찍어봤자 토끼똥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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