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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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 선생의 엽서나의 이야기/대화 2015. 9. 15. 15:20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최명희문학관.한옥마을에 갈 때마다 이곳에 꼭 들른다. 이곳에 가면 선생의 생전 흔적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그중에서 선생이 절친이었던 이금림 작가에게 썼던자필 엽서를 가만히 읽고 있으면 마치선생과 전부터 잘 알고 지냈던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그만큼 선생의 강하면서도 예민한 성정이길지 않은 엽서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생은 친구에게 일상의 면면에서깊은 내면의 괴로움까지 때로는 담담하게때로는 절절하게 털어놓았다. 지난 겨울 콩심이의 절친인 H와 오랫만에 이곳을 찾았는데전시된 선생의 사진과 엽서를 보고 무척 놀랐다.오래 전 콩심이와 함께 왔던 적도 있지만그때는 느끼지 못했던.선생의 생전 모습과 글에서 콩심이가 느껴졌다.H도 콩심이와 닮은 모습에 놀라며 콩심이에게 보여줘야 겠다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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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난 고양이나의 이야기/대화 2013. 10. 26. 12:55
어제 동네 치킨집에서 맥주 마시고 나오는데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더군요.쓰레기 분리수거함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제가 나비야~ 하고 부르니까글쎄 얘가 막 야오옹~ 하면서 오는 게 아니겠어요. 헐. 얘 뭐지. 그냥 부르기만 했는데 얘 왜 이래. 참 개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아니 개도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애들은 사람을 경계하지 이렇게 막 따르진 않잖아? 그렇게 오더니 제 다리 사이를 무한대 기호 모양으로 돌며 부비부비.쓰다듬해주니까 제 손에다가도 부비부비 안아 올려도 가만히 있더라고요.재밌는 건 일행이 두 명 더 있었는데 그쪽으론 안 가고 제게만 유난히 부비부비 하더라고요.두 사람은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데 어떻게 용케 그걸 알기라도 하는지.쟤가 보기엔 제가 가장 만만해서 삥뜯을만 하게 생겼나 봐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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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윌리엄스를 꼭 빼닮은 그녀나의 이야기/대화 2013. 10. 7. 23:57
딱 입구 문 만큼의 넓이로 길게 이어진 구조의 그 술집은 한쪽으로 벽과 마주보는 단면 테이블이 있고 그 맞은 편으로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길쭉한 테이블이 전부입니다. 요즘엔 거의 찾아 보기 힘든 작은 정사각형의 커피색 타일로 된 벽엔 선대 주인장 할아버지의 산경 사진 액자가 몇 개 걸려 있고 가게에 오래 드나들던 이름 모를 화가가 직접 그린 가게 풍경도 걸려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화장실로 가는 곳 옆에 예닐곱 명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하나 더 있는데 비좁고 누추한 이 술집은 언젠가부터 지역의 명소가 됐죠. 덕분에 저녁 시간이면 바로 옆 손님과 어깨를 맞대고 맥주를 마셔야 하는 건 기본. 다른 술집이라면 으레 조금이라도 넓고 안락한 장소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일 법한 취객들이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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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 버스커 (Busker Busker) - 처음엔 사랑이란게 (Love, at first) MV나의 이야기/대화 2013. 9. 25. 01:32
처음엔 사랑이란 게 참 쉽게 영원할 거라 그렇게 믿었었는데... 버스커버스커 노래는 처음 들으면 밋밋하지만 계속 들을 수록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이번 곡도 아무 생각없이 듣다가.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남자가 오락실에서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 처럼 쿵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눈물이 뚝하고 흐르는 게 이별이지. 그리움은 결코 흐릿해지는 법이 없이 어느 순간이든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내겐 콩심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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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성 좋은 고양이나의 이야기/대화 2011. 11. 19. 19:59
언젠가 동네 맥주집. 날이 좋아 가게 밖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노랑이 혼자였다. 손님들이 먹을거리를 던져주곤 했나보다. 전혀 경계하는 기색이 없이 저러고 앉아서 나를 바라봤다. 어느새 까만 녀석도 나타났다. 턱시도냥. 세 마리가 됐다. 완전 까망이도 나타났다. 제일 늦게 나타난 이 녀석은 경계심이 많았다. 순순히 먹을 것을 내놓아라. 모두 다섯 마리였던 것 같은데 사진엔 네 마리만 보이네. 덩치가 모두 비슷한 걸 보니 한 어미에게서 태어난 녀석들 같았다.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가끔 가게 안까지 들어오기도 한다고. 겨울 잘 나거라. 봄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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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의 이야기/대화 2011. 3. 25. 01:16
내 마음 속 강물이 흐르네 꼭 내 나이만큼 검은 물결 굽이쳐 흐르네 긴 세월에 힘들고 지칠 때 그 강물 위로 나의 꿈들 하나 둘 띄우네 설레이던 내 어린 나날도 이제는 무거운 내 길 위에 더 무거운 짐들 조금씩 하나씩 나를 자꾸 잊으려 눈물을 떨구면 멀리 강물따라 어디쯤 고여 쌓여가겠지 텅빈 난 또 하루를 가고 내 모든 꿈은 강물에 남았네 작은 섬이 되었네 ---------- 스물 셋에 이런 곡을 쓰다니. 이적은 천재였음이 분명합니다. 불미스러운 표절시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짝반짝 빛났던 때였죠. 오히려 지금은 천재성이 좀 둔해진 느낌인데. 얼마전 놀러와에 이적이 장기하, 정재형, 루시드폴, 장윤주와 함께 나왔을 때 장기하가 그런 얘길 했어요. 기분이 우울하고 침잠할 때 한 편으론 기뻐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