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KBS가 제 블로그 사진을 무단 도용 했습니다
    남의 이야기/투덜대기 2010. 6. 1. 13:15

    지난 주 KBS 1TV에서 방송되는 <비바 K리그>를 보던 중이었습니다. 복귀를 앞둔 김형범 선수의 인터뷰가 방송되는 동안에 화면으로 낯익은 사진 네 장이 지나가더군요. 바로 제가 찍은 사진 사진이었습니다. 지난 해 K리그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리그 1위를 확정지은 전북 최강희 감독이 김형범 선수의 유니폼을 셔츠 안에 입고 있다가 우승 축하 세레머니를 펼치던 장면이었죠. 김형범 선수가 당시의 상황을 전하는 대목에서 제가 찍은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당시 최강희 감독의 유니폼 세레머니는 부상 선수를 챙기는 덕장의 감동적인 모습이라며 화제가 됐지만 경기 후 인터뷰 등 공식적인 행사가 모두 끝난 상황에서 벌어졌기에 그 모습을 제대로 담은 매체가 없었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주섬주섬 셔츠를 벗자 선수들의 싸인이 빼곡히 적힌 김형범 선수의 유니폼이 드러났고 최강희 감독은 서포터들에게 등번호를 내보인 다음 유니폼을 벗어서 던져 줬습니다. 불의의 부상으로 우승의 순간에 함께하지 못했던 선수를 챙기고, 팀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서포터들의 공으로 돌리는 역대 K리그 역사상 최고의 우승 세레머니라고 할 수 있을만큼 훈훈한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우승의 감격에 겨워 경기장에 머룰러 있다가 운좋게 그 모습들을 다 담을 수 있었죠. 





    2009/11/01 - 최강희 감독이 셔츠 안에 입은 유니폼은?


    당시에 찍었던 사진 중 한 장과 글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세레머니는 경기가 끝나고 한참 후에 벌어진 것이기에 당시 이 얘기를 보도한 매체들 중에 관련 사진을 첨부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괴짜 축구전문기자로 유명한 김현회 기자도 제게 부탁해 제 사진을 제공받아 칼럼을 작성했죠. 지금 김현회 기자는 <비바 K리그>에 출연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비바 K리그> 제작진들은 제 사진을 네 장이나 방송에 사용하면서 사전에 제게 어떤 요청이나 허락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방송에 제 사진이 쓰인 것도 제가 <비바 K리그>를 챙겨보다가 알게 됐는데 아마 방송을 보지 않았다면 제 사진이 쓰인 사실조차 몰랐을 겁니다. 명백한 무단 도용인 셈이죠.






    방송화면에 제 사진이 등장한 장면입니다. 위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제 블로그 주소가 있는 부분을 교묘하게 잘라내고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진 크롭하는 정성을 들일 시간은 있고 제 블로그에 찾아와 요청 댓글하나 남길 시간은 없었던 걸까요? 저 포스트의 댓글을 보면 알겠지만 저는 제 사진을 요청하는 분들께 별다른 조건 없이 출처만 밝히고 사용을 허락합니다.


    <비바 K리그>의 제작진이 사전에 제게 부탁했더라도 저는 흔쾌히 허락했을테죠. 뭐 솔직히 요즘 해당 방송에서 이벤트 선물로 주고 있는 공인구나, 한준희 해설위원의 친필 싸인이 들어간 대표팀 유니폼 하나 쯤 보내달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제가 사진에 블로그 주소를 넣기 시작한 것도 인터넷 매체에서 제 사진을 허락없이 퍼다가 사용한 것을 발견한 후부터입니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의 제작진들마저 그런 몰지각한 행위를 할지는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 제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린 후 <비바 K리그> 담당 피디의 사과를 받았습니다. 편집 시간이 촉박해 FD에게 자료 사진을 구해오라고 했더니 "어떤 인터넷 뉴스에서 얻었다고 했는데" 미리 허락을 받지 않아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담당 피디의 사과에 기분이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이 문제는 제 기분과 관계없이 국내 언론 매체들이 블로거의 콘텐츠를 사용하는 행태에 관해 생각해볼만한 사안이기에 이렇게 다시 짚고 넘어가게 됐습니다.

    위에서 보셨듯이 <비바 K리그> 제작진들은 제 사진을 가져다 블로그 주소가 있는 부분만을 잘라내고 사용했습니다. 만약 저 사진 속에 마이너 블로그가 아닌 다른 언론 매체의 워터마크가 있었다면 그들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 부분을 잘라내고 사용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그랬다면 상대 언론사로부터 이미지 무단 도용에 따른 사용료 청구 또는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했겠죠. 그 점이 무서워서라도 KBS 제작진들은 절대 그런 짓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 결국 <비바 K리그>의 제작진들은 제가 일개 블로거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목적대로 임의로 블로그 주소를 지우고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테죠. 

    저는 여기서 더 화가 났던 겁니다. 사진을 허락없이 무단도용한 것도 모자라 버젓이 사진에 있는 출처까지 교묘하게 지운 행태. 게다가 그들로서는 제가 오히려 일개 블로거이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는 것보다 더 간단하게 저와 접촉하고 사전에 허락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 물론 블로그 방명록에 담당 피디가 사과를 하긴 했지만 그것은 공식적인 사후 조치라기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거지 않냐는 식의 달래기 정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저는 이 문제에 관해 어떤 분의 조언에 따라 KBS 사이버 감사실에 제보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27일에 올린 제보가 5일이 지나도록 '접수대기' 상태인 것을 보니 KBS 자체의 만족스러울만한 조치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생각같아선 KBS 상대로 사진 사용료를 청구해 꽃등심이라도 실컷 사먹고 싶지만 제가 그렇게까지 일을 키울 능력은 없고요. 그저 이 포스트를 많은 블로거들이 보시고 앞으로 이름없는 블로거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 매체를 통해 콘텐츠가 도둑질 당하는 부당한 일이 사라졌음 하는 바람입니다.






     

          



    관련글

    2009/11/01 - 최강희 감독이 셔츠 안에 입은 유니폼은?
    2009/05/31 - 북 vs 전남 - 김형범 332일 만의 복귀
    2009/07/13 - 또 다시 쓰러진 비운의 김형범
    2009/07/13 - [K리그 15라운드] 전북 vs 수원, 김형범의 눈물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