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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
    나의 이야기/꽃세상 2010. 4. 30. 01:32




    올봄엔 벚꽃 구경 한 번 제대로 못해봤네요.
    벚꽃이 뭐 늘 그렇지만 이번엔 짓궂은 날씨 때문에 더 활짝 핀 것을
    느낄 새도 없이 져버렸더라고요.

    그런데 햇볕 좋은 토요일 점심 무렵.
    벚나무 가로수가 늘어선 길에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는 남자 아이와
    1학년이나 됐을 법한 여자 아이가 제 몸보다 더 큰 책 가방을 등에 멘 채로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너무 예뻤어요. 그때 저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나도모르게 멈춰서서
    두 남매의 걸어가는 뒷 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봤지요.
    활짝 핀 벚꽃 나무 아래로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어린 남매.

    그 순간. 카메라를 갖고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두 눈에 더 확실히 담아두고자 두 아이가 골목 귀퉁이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 계속 그 자리에서 서서 지켜봤지요.
    '앞으로도 그 모습 그대로 예쁘게 자라거라'는 말이 절로 중얼거려졌습니다. 


    이렇게 잠깐이라도 멈춰서서 가만히 지켜보면 지나치기 아쉬운 풍경들이 어디든 가득합니다.
    하지만 보통의 우리는 그것들을 놓쳐버리고 아쉬워 할 새도 없이 몸이건 마음이건 늘 바쁘죠.

    사진은 그렇게 마음만 바쁘던 어느 날 밤.
    벚꽃 가로수 길을 지나다가 문득 생각이 나 차를 세우고 내려서 찍은 벛꽃입니다.
    잘 보면 빗방울을 꽃잎에 머금고 있는데 꽤 높은 나무에 어두워서 
    수동으로 초점을 잡았더니 제대로 안찍혔습니다. 보통 찍사들은 이럴때 장비 탓을 한다죠. 
    하지만 전 안합니다. 어차피 욕심 부린다한들 갖출 능력이 안되고,
    그런 생각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담자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ㅎ

    올봄. 유일하게 담은 벚꽃이네요.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이렇게 와닿는 봄은 처음 인 듯.
    아. 처음은 아니군요.
    12년 전 4월 1일에도 거짓말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
    천리행군을 하던 특전사 부사관들이 사고를 당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보면 꽤 산 듯. 이제 뭐든 처음은 아닐 나이가 된거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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