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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기말, 아줌마는 20세기 마지막 천민?
    영화 이야기/장면 2009. 7. 16. 17:22



    세기말
    감독 송능한 (1999 / 한국)
    출연 김갑수, 이재은, 차승원, 이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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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미 : 기분 죽인다.

    희숙 : 야 우리 그냥 어디론가 확 떠나버릴까? 왜 그 영화 있잖어. 그 아줌마 둘이서.
             어어! 그 델마와 루이스.


    경미 : 애들 저녁도 안먹여놓고 가긴 어딜가? 걔들은 애들이 없었다고. 언젠가 테레비에서
             그러드라. 아줌마들은 20세기 마지막 천민이라고.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희숙 : 얘 근데 애들 줄줄이 데리고 델마와 루이스처럼 멋지게 떠나는 그런 영화는 없니? 응?

    경미 : 미쳤어~ 정신나간 아줌마들 영화를 누가본다고 만드니~?


    송능한 감독 특유의 촌철살인과 같은 대사들이 넘치는 세기말의 한 대목입니다. 오랜 기간동안 시간강사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남편이 바람까지 피워온 것을 알아 챈 경미(홍경연 분)가 남편의 외도 상대를 만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친한 언니 희숙(정경순 분)과 나눈 대화입니다. 

    예전에는 아줌마하면 온갖 집안 일을 도맡아하며 가사를 책임지는 우리네 엄마 같은 사람을 가르켰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줌마들은 단순히 가정에만 머무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죠. 그래서일까요? 근 몇 년 전부터 우리의 어머니이고, 누이이고, 자매일 수 있는 아줌마에 대한 조롱섞인 농담들이 점점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줌마에 대한 농담들은 지하철의 빈자리 쟁탕전에서부터 할인점의 반짝할인 코너의 살벌한 물건 확보 경쟁, 미숙한 운전기술을 조롱하는 것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심지어 저 대사에서처럼 그들을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 3의 성' 또는 '20세기 마지막 천민'이라고 일컫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가 워낙 빠른 속도로 변화하다 보니 전통적인 '아줌마상'에서 벗어난 요즘의 아줌마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데서 오는 현상 같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아줌마상'을 떠올려보면 지금처럼 밖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을테니까요. 하지만 아줌마들과 마주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을 겪을 때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치열한 것은 바로 그들의 남편과, 딸, 아들 때문이라는 것. 경미와 희숙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 역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도 아이들 저녁 걱정에 그러지도 못하는 아줌마입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줌마는 엄마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요.


    즐거운 영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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