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크래쉬>의 다정한 아빠
    영화 이야기/장면 2009. 2. 28. 10:07




    크래쉬 (2006)

    Crash 
    8.4
    감독
    폴 해기스
    출연
    산드라 블록, 돈 치들, 맷 딜런, 탠디 뉴튼, 테렌스 하워드
    정보
    드라마, 미스터리, 범죄 | 독일, 미국 | 113 분 | 2006-04-06
    다운로드

     


    니엘은 히스패닉 열쇠수리공입니다. 짧은 머리와 콧수염, 여기저기 문신한 몸, 내려 입은 바지. 이런 모습은 그를 영락없는 불량인종(?)으로 보이게 합니다. 그런 이유로 열쇠를 교체하러간 백인 검사의 집에서도 인종적 편견을 지닌 그의 아내에게 기분 나쁜 소리를 듣게 됩니다. 단정하지 못한 외모의 히스패닉에게 그 정도 험담은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것이지만 아무리 들어도 기분이 나쁜 것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밤 늦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어린 딸의 방문을 열어보니 침대위에 있어야 할 아이가 안보입니다. 오늘도 침대 밑으로 숨어들었군요. LA의 서민 주택가는 밤이 되면 심심찮게 총소리가 들릴 정도로 위험한 곳입니다. 전에 살던 동네에선 총알이 딸아이가 자고 있는 방의 창문을 뚫고 들어오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안전한 동네로 이사 온 것인데 이 동네도 이따금씩 총소리가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미국은 총기 소지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니까요.




    덕분에 이제 겨우 다섯 살의 어린 딸아이는 벽장속의 괴물 따위는 믿지 않아도 가끔씩 들리는 총소리가 무서워 밤이 되면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침대 밑에 숨어있는 아이를 보자 다니엘은 무언가 결심한 듯 침대 옆에 엎드려 딸아이에게 말을 겁니다.




    다니엘은 총소리를 무서워하는 딸에게 요정이 주고 간 투명 망토 이야기를 해줍니다. 다니엘이 어렸을 적에 작고 날개달린 요정이 찾아와 투명 망토를 주고 갔는데 덕분에 지금까지 총에 맞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어린 딸은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아빠의 얘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다니엘은 요정이 말하길, 아이가 다섯 살이 되면 투명 망토를 물려주라고 했다며 망토를 벗어서 딸에게 입혀주는 시늉을 합니다. 아이는 마치 진짜로 투명 망토를 물려받는 것처럼 진지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빠로부터 총알도 뚫지 못하는 투명 망토를 물려받은 아이. 이제는 밖에서 총소리가 들려도 침대 밑으로 숨어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장면에서 다니엘은 바람직한 아빠상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터프하게 생긴 아빠가 총소리를 지나치게 무서워하는 어린 딸을 다그치지 않고 너무도 다정한 방법으로 달래는 장면을 보니 저절로 얼굴에 밝은 웃음이 번지더군요. 다정한건 좋은거죠.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