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배우들의 무명 시절
가끔 잠이 오지 않을때마다 이불 속에서 리모콘을 꼼지락거리며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곤 합니다. 그 버릇 덕분에 전세계의 란제리 패션 경향을 시즌별로 줄줄 꿸 수 있게 됐죠. 흐흐.. 아주 가끔씩은 영화 채널도 봅니다. 보통 TV에서 영화를 볼 땐 깊게 집중할 수가 없기 때문에 예전에 봤던 영화가 방송될 때만 보는데요, 별다른 수고 없이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한 번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처음 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가 있거든요. 오늘 하려는 얘기도 어느 잠 못 이루던 밤에 케이블 채널에서 우연히 [비트]를 다시 보고 떠오른 내용입니다. 이문식, 김수로, 정재영. 이젠 누가 뭐래도 우리 영화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비중있는 배우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관객의 눈에 띄지 않는 우울한 단역 시절이 있었죠. 처음 볼 때는 당연히 몰랐던 사실인데 가끔 케이블 채널에서 예전에 본 영화들을 다시 보고 있노라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반가운 얼굴을 예상치도 못한 장면에서 만나게 됩니다.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볼 때 느낄 수 있는 놓치기 아까운 재밌는 경험입니다.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비트]는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은행나무침대], [쉬리] 등과 함께 우리나라 상업 영화의 중흥을 가져온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극장에서 봤던 브로셔에 [비트]의 컷 수를 언급하며 보통 7~8백 컷으로 구성되는 국내 영화와 달리 [비트]는 2000여 컷에 가까운 촬영과 편집으로 새로운 액션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는 홍보 문구가 떠오르네요. 그 내용에 걸맞게 [비트]는 당시로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감각적인 화면과 편집으로 많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나에겐 꿈이 없었다'라는 이민(정우성)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비트]는 당시 젊은 세대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영화였습니다. 저희 반 친구 중에 한 녀석은 비디오로 [비트]를 몇 번씩이나 돌려보고 학교에 와서 정우성과 임창정, 유오성의 대사를 매일같이 읊어댈 정도였습니다. 저 역시 재밌게 본 영화이고 당시 그 녀석의 설레발을 옆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탓에 아직까지 [비트]의 대사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네요. "어디서 좀 놀았니? 이 ㅆㅂㄹㅁ!" - 그 중에 하나인 임창정의 이 대사는 개그코너의 단골 메뉴로 등장할 정도로 유명했습니다. 알고보니 줄곧 연극무대에서 활동했고, 모르는 사이 저렇게 [주유소습격사건]에도 얼굴을 비췄더군요. 요즘은 TV 드라마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던데, 서른이 넘어서 빛을 본 만큼 앞으로도 멋진 모습이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거. 저들처럼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달리는 어쨌든 전 오늘밤도 란제리쇼 채널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