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인베이젼 - 해병대가 짱이라능
<월드 인베이젼>은 허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애초에 외계인의 지구 침략을 다룬 영화라면 이런 저런 허점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온전히 상상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소재로 만들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작정하고 보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말이 안 되는 부분을 적어도 3분마다 한 개씩은 찾아낼 수 있죠. <화성침공>이나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코미디나 액션에 집중하는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그런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만 <월드 인베이젼>은 꽤나 진지한척 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더 웃겨요. 심형래 감독이 <디워>를 들고 나왔을 때 스토리가 너무 허술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이런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스토리는 별거 없음. 인디펜던스 데이? 외계인 쳐들어와서 싸우는 게 전부임. 근데 왜 나한테만 뭐라그럼?'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단순한 이야기라도 어떤 식으로 풀어가느냐에 따라 영화의 재미가 결정된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연출의 힘인데 좀 후진 각본이라도 실력있는 감독의 손을 거치면 매력적인 영화로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거꾸로 아무리 흥미로운 각본이라도 형편없는 감독을 만나면 후진 영화가 되곤 합니다. <월드 인베이젼>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후진 연출을 만나 그저 그런 영화가 된 경우입니다. 해병대로 오세요~
나는 공군인데염 이 영화에서 외계인의 생김새나 그들의 목적 등에 대해 그럴 듯한 썰을 풀어 흥미를 유발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더군요. 예를 들어 부상당한 외계인 한 마리를 해병대원들이 잡아다 즉석에서 해부하던 장면을 보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보여주는 것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어디 연구 기관의 실험실도 아니고 전투 지역의 해병대들이 외계인을 해부해 그들의 약점을 알아내겠다? 마침 그들이 구하려는 민간인 중에 수의사가 한 명 있고, 해병대원 중엔 미국 시민권을 따서 의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가진 나이지리아 출신 의무병이 있긴 합니다만, 단 몇 분만에 외계인의 약점을 알아내겠다고 신체를 칼로 이리저리 헤집더니 고작 한다는 소리가 "가슴의 오른쪽, 사람으로 치면 심장 반대 부위가 약점이다. 그곳을 집중 사격하라"입니다. 적어도 외계인의 약점을 알아냈다고 하려면 <화성침공>의 <Indian Call Love>나 <에볼루션>의 비듬 샴푸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우주전쟁>에서처럼 외계인들도 미처 대비하지 못한 지구의 바이러스라든가. 생긴 건 꼴뚜기같은 외계인들이 지구인처럼 2족 보행으로 움직이고,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 또한 지구인들의 직사 화기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역시 이 영화가 외계인을 그려내는데 얼마나 고민이 없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들의 전투 양상은 생김새만 다를 뿐 소총을 들고 싸우는 해병대와 차이가 없죠. 어떤 장면에선 외계인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클라이막스 전투 장면에서 등장한 독일군의 20미리 대공포와 비슷한 견인식 무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결말에서 등장하는 장면은 <블랙호크 다운>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하는데, 차이가 있다면 졸라 짱쎈 해병대는 <블랙 호크 다운>의 델타 요원과 달리 아침도 안 먹고 무기만 챙겨 다시 출동한다는 정도. 전역도 못하고 이게 웬 고생 말 나온 김에 Slim Whitman의 Indian Call 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