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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셸 윌리엄스를 꼭 빼닮은 그녀
    나의 이야기/대화 2013. 10. 7. 23:57


    딱 입구 문 만큼의 넓이로 길게 이어진 구조의 그 술집은 

    한쪽으로 벽과 마주보는 단면 테이블이 있고 

    그 맞은 편으로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길쭉한 테이블이 전부입니다. 

    요즘엔 거의 찾아 보기 힘든 작은 정사각형의 커피색 타일로 된 벽엔 

    선대 주인장 할아버지의 산경 사진 액자가 몇 개 걸려 있고 가게에 오래 드나들던 

    이름 모를 화가가 직접 그린 가게 풍경도 걸려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화장실로 가는 곳 옆에 예닐곱 명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하나 더 있는데 

    비좁고 누추한 이 술집은 언젠가부터 지역의 명소가 됐죠.

    덕분에 저녁 시간이면 바로 옆 손님과 어깨를 맞대고 맥주를 마셔야 하는 건 기본. 

    다른 술집이라면 으레 조금이라도 넓고 안락한 장소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일 법한 취객들이 이 곳에선 늦게 들어온 손님이 자리가 없어 머뭇거리면 

    자기들 다 먹어서 곧 일어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주인보다 먼저 손님을 잡습니다. 


    지난 주말 밤 그곳에서 미셸 윌리엄스를 꼭 빼닮은 그녀를 봤습죠.

    처음엔 몰랐어요. 왠지 친숙한 얼굴인데 어디서 봤더라. 힐끔 한 번 보고 힐끔 두 번 보고.

    귀엽고 발랄한 그 모습에 그대로 반했습니다. 눈을 몇 번 더 마주치고 그쪽 일행이 나가길래 

    그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생전 처음 쪽지를 건넸어요. 거절하진 않더군요.

    그런데 술집을 나가서도 바로 가질 않고 입구쪽에서 일행과 있길래 저도 일행에게 

    자리를 마무리하고 일어나자고 했습니다. 나가서 저만치 가고 있는 그녀의 일행을 따라가 말을 건넸죠. 


    여전히 쪽지를 받은 그녀는 별다른 반응 없이 제 말에 고개만 끄덕끄덕. 먼저 쪽지 안 버리셨죠?라고 물었을 거예요.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는데 그 옆에 있던 일행이 제게 딴지를 거는 클리셰를 연출하더군요.

    몇살이냐고 묻길래 몇 살일 것 같아요라고 반문하니 스물일곱? 스물여덟? 이러더군요.

    차마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니까 스물 여덟이시구나? 스물 여덟이면 나이 차이 너무 많이 나서 안 돼요. 

    자긴 스물 셋이고 제가 쪽지를 준 그녀는 스물 둘이랬나. 그렇게까지 어릴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제 눈에 뭐가 씌였었나봅니다.

    스물 여덟도 많아서 안 된다는데 난 서른이 훨씬 넘었잖아? 안 될 거야 아마... 이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스물 여덟이 많아서 안 된다는 그 말을 너무도 완강하게 하는 바람에 어떻게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인사를 하고 돌아섰는데 그제서야 드는 생각은. 아... 전화번호를 주지 말고 받았어야 되는 건데...


    미셸 윌리엄스와 닮았다는 건 그 다음 날이 되어서야 알게 됐습니다. 

    누구더라 누구였더라 생각은 했지만 누군지 모르고 있던 참에

    몇 년 만에 영화 리뷰 좀 끄적이려고 영화 정보란을 뒤지다 미셸 윌리엄스의 사진을 보게 됐죠. 그래 맞아.

    그제서야 그 작고 귀여웠던 여자애는 미셸 윌리엄스와 꼭 빼닮았다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늘 회사에서 그날 함께 술 마셨던 동료에게 미셸 윌리엄스의 사진을 보여주며 닮았지? 물어보니. 오오.. 진짜.

    이런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 동료는 미셸 윌리엄스를 처음 보는 거였는데도. 













    실은 강아지 얼굴 콩심이를 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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