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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인베이젼 - 해병대가 짱이라능
    영화 이야기/감상 2011. 3. 16. 18:58

    월드 인베이젼
    감독 조나단 리브스먼 (2011 / 미국)
    출연 아론 에크하트,미셸 로드리게즈,레이몬 로드리게즈
    상세보기



    <월드 인베이젼>은 허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애초에 외계인의 지구 침략을 다룬 영화라면 이런 저런 허점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온전히 상상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소재로 만들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작정하고 보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말이 안 되는 부분을 적어도 3분마다 한 개씩은 찾아낼 수 있죠.  <화성침공>이나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코미디나 액션에 집중하는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그런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만 <월드 인베이젼>은 꽤나 진지한척 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더 웃겨요.

    심형래 감독이 <디워>를 들고 나왔을 때 스토리가 너무 허술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이런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스토리는 별거 없음. 인디펜던스 데이? 외계인 쳐들어와서 싸우는 게 전부임. 근데 왜 나한테만 뭐라그럼?'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단순한 이야기라도 어떤 식으로 풀어가느냐에 따라 영화의 재미가 결정된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연출의 힘인데 좀 후진 각본이라도 실력있는 감독의 손을 거치면 매력적인 영화로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거꾸로 아무리 흥미로운 각본이라도 형편없는 감독을 만나면 후진 영화가 되곤 합니다. <월드 인베이젼>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후진 연출을 만나 그저 그런 영화가 된 경우입니다.   

    해병대로 오세요~



    어느 날 세계 주요 연안 도시 앞바다에 우주에서 날아 온 정체 불명의 물체가 떨어집니다. 하루만에 그 물체에선 외계인들이 기어나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낸츠 해병 하사는 전장에서 부하들을 잃은 아픔으로 괴로워하다 전역을 신청하지만, 마르티네즈 소위의 소대에 배치돼 외계인의 공격을 받은 LA에서 시민들을 구조하는 작전에 투입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극히 전형적입니다. ROTC를 갓 졸업하고 임관한 신참 소위, 역전의 용사지만 전장에서 부하들을 잃고 괴로워하는 하사, 그런 하사를 못 마땅해하는 부하들. 이런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서 참신한 재미를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겠죠.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갑니다. 외계인과 맞닥뜨려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위는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고, 하사는 그런 소위보다 뛰어난 전투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며, 하사를 못마땅해하는 부하는 하사와 대립하다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아주 노골적으로 유에스 머린 만만세를 외친다는 겁니다. 영화를 보면 굳이 외계인 침략을 소재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외계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해병대가 짱이라능. 이런 말만 반복하는 모양새입니다. 어떤 장면에선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 "해병에게 후퇴란 없다!"나 "아침은 이미 먹었습니다!"라고 할 때는 정말 어우~ 이건 영화가 아니라 해병대 모병 캠페인 영상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수준이더군요.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마찬가집니다. 제작비가 7천만 달러로 외계인의 침략을 다룬 영화치곤 적은 편이다보니 볼거리도 빈약한 편인데, <월드 인베이젼>의 액션은 철저하게 해병대의 분대 단위 전투에 집중합니다. 외계인의 대규모 공격 장면은 TV 뉴스 화면 속에 잠깐 등장하는 정도로만 처리되고 거의 대부분 해병대가 벌이는 시가 전투 장면이 주를 이루죠. 그러다 보니 이 영화에서 외계인은 미 해병대의 용맹성을 보여주기 위한 들러리 정도로만 느껴집니다.


    나는 공군인데염




    이 영화에서 외계인의 생김새나 그들의 목적 등에 대해 그럴 듯한 썰을 풀어 흥미를 유발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더군요. 예를 들어 부상당한 외계인 한 마리를 해병대원들이 잡아다 즉석에서 해부하던 장면을 보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보여주는 것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어디 연구 기관의 실험실도 아니고 전투 지역의 해병대들이 외계인을 해부해 그들의 약점을 알아내겠다? 마침 그들이 구하려는 민간인 중에 수의사가 한 명 있고, 해병대원 중엔 미국 시민권을 따서 의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가진 나이지리아 출신 의무병이 있긴 합니다만, 단 몇 분만에 외계인의 약점을 알아내겠다고 신체를 칼로 이리저리 헤집더니 고작 한다는 소리가 "가슴의 오른쪽, 사람으로 치면 심장 반대 부위가 약점이다. 그곳을 집중 사격하라"입니다. 적어도 외계인의 약점을 알아냈다고 하려면 <화성침공>의 <Indian Call Love>나 <에볼루션>의 비듬 샴푸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우주전쟁>에서처럼 외계인들도 미처 대비하지 못한 지구의 바이러스라든가.

    생긴 건 꼴뚜기같은 외계인들이 지구인처럼 2족 보행으로 움직이고,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 또한 지구인들의 직사 화기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역시 이 영화가 외계인을 그려내는데 얼마나 고민이 없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들의 전투 양상은 생김새만 다를 뿐 소총을 들고 싸우는 해병대와 차이가 없죠. 어떤 장면에선 외계인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클라이막스 전투 장면에서 등장한 독일군의 20미리 대공포와 비슷한 견인식 무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결말에서 등장하는 장면은 <블랙호크 다운>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하는데, 차이가 있다면 졸라 짱쎈 해병대는 <블랙 호크 다운>의 델타 요원과 달리 아침도 안 먹고 무기만 챙겨 다시 출동한다는 정도.


    전역도 못하고 이게 웬 고생









      
    말 나온 김에 Slim Whitman의 Indian Call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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